혈구(血球), 특히 적혈구를 만드는 세포를 조혈세포라 한다는데, 적혈구는 우리 몸을 이루는 각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하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골수 속의 조혈세포가 너무 많은 적혈구를 만들면, 혈액의 점도 변화에 의해 두통이나 시력장애, 허혈발작으로 인한 뇌기능 저하와 고혈압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로 조혈세포가 혈액 속에 필요한 만큼의 혈구를 생산하지 못하면 빈혈증상이 나타나고, 그것 또한 큰일이라고 하니, 혈구는 남아도 탈이고 부족해도 탈이라는 말이 되겠다.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기계장치도 인체만큼 정교한 메커니즘을 가진 시스탬은 없을 것 같은데, 혈액 속의 적혈구나 백혈구의 량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이루고 또 작동하기 위한 모든 요소들이 다 그와 같이 절묘한 밸런싱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아닌 상식으로도 알만한 일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까 무엇이든 부족해도 좋지 않지만 넘치는 것도 문제라는 얘기다. 모든 것이 적당해야 시스템이 안정되는 것인데, 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으려 해서 몸의 질병도 만들지만, 돈도 너무 많이 가지려 해서 항상 문제가 된다는 것을 좀 알면 좋겠다. 　우리 몸 속의 혈액이 머리나 다리 등 특정 부위에만 몰려있으면 건강을 지킬 수 없듯이, 우리사회가 건강하려면 부가 좀 고르게 분산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세포와 같은 것인데, 특정 부분의 세포가 고사(枯死)하거나 혹은 암세포로 바뀌면, 끝내 정상적인 세포마저 견디지 못하고 그 몸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타인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결코 오지랖이 넓어서만은 아닐 것이며, 내가 사는 사회가 건강해야 나의 삶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일생동안 숨 가쁘게 살아오면서 하찮은 부를 생산했지만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그렇다고 가난에 찌든 삶을 살아 온 것 같지도 않은데, 그것을 바꾸어 말하면 그 부의 생산이 충분했기 때문이 아니라 축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난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 사람이 가진 부의 크기와 상관없이, 얻어가고 빌어 가는 자 행복하지 않으며, 나누고 주는 자가 행복하다는 것은 도덕이나 이론상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부(富)의 불평등 정도를 말하는 `지니계수`야 어찌되었건,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 상위 5 퍼센터의 부가 너무 과도하기 때문에 하위 50 퍼센터 이상이 가난하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가진 자들에게 더 큰 부(富)를 몰아주며 낙수효과가 어떻고 하는 헛소리들은 이제 그만하고, 과도하게 몰려있는 부가 사회로 환원되어야 우리 사회가 안정될 것이며 가진 자들도 행복한 삶이 보장되지 않을까 한다. 　내가 보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조혈세포가 적혈구를 증산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심실(心室)에만 가득 고인 혈액들을 우선 신체부위 골고루 흐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으로 절대로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금리를 동결하고 통화를 팽창시키면, 금고에 쌓여있는 돈의 절대적 가치는 떨어지고, 부채의 상환능력은 커지게 될 것임으로 한국은행의 발권기능도 잘 활용해서 절대적 부의 편중현상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절실한 때라 생각한다. 물론 돈을 많이 쌓아 놓은 사람들은 화들짝 놀랄 일이고, 이론 경제학자들은 무식한 소리 그만 하라고 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지만,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은 가진 자들의 부를 지키는 이론가들이 많았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나는 진실로 자본주의 사회의 최후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해본 소리라는 것을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