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둑이 가니 또 다른 도둑이 온다"라고 했다. 세상에 "모두가 도둑놈이다"(일본말로 `민나 도로보 데스`라고 했다)라는 말도 필부필부(匹夫匹婦)가 안다. 　예전에도 그랬고 오늘날도 공직자를 포함한 사회 고위층의 부패 이야기는 식상할 정도이다. 전직 국가 지도자의 은닉재산 문제 등에 관한 사법절차 과정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한편 근자에는 한 정당 지도급 인사가 정치후원금 몇 천 만원의 불법 수수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친구 간에 금전거래가 있으면 우정에 금이 갈 것을 우려해야 한다. 사회의 일개 조직에서도 구성원 간에 금전관계가 복잡해지면 그 조직은 이미 존립에 문제가 생기기는 것이다. 아무리 건전한 거래라 하더라도 이익의 상반성은 항상 잠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나라가 망할 때가 되면 부정부패가 극심했다. 조선 말기 관직의 부패가 그러했고 베트남전에서 당시 월남이 패망한 것도 그 근원에는 부패가 있었다.  　오늘날 보통명사처럼 되어버린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비롯한 각종 목민서(牧民書)에서 강조하는 공직자의 근본 덕목 중 핵심은 `청렴`이다. 청렴과 유사한 절검(節儉)의 이야기로 일본 소설 대망(大望)에 나오는 얘기가 있다. 장수(將帥)로 키울 아이의 식사는 소식(素食)에 소찬(素饌)이었다. 된장·나물에 보리밥 따위였다. 그 대신 인질에게는 미식(美食)을 제공했다. 미식은 몸을 살찌우고 아름답게 하나 정신은 나약하게 한다는 것이며, 부하를 거느리는 지도자가 되려면 검소하고 기백이 있어야 한다. 검박한 식사는 기백과 강단을 키운다고 했다.    　베트남의 영원한 지도자 호치민은 생을 마치면서도 청렴·검소했다. 그는 화장을 해서 땅에 뿌리고 비석이나 동상도 만들지 말라고 유언했다. 그가 남긴 것은 입고 있던 옷 한 벌과 정약용의 목민심서 등 책 몇 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치민의 정신은 베트남이 미래 강국으로 나아가는 데 훌륭한 토대가 될 것이다. 청렴은 반드시 공직자에게만 제일의 덕목이 아니다. 우리사회에 두루 지도자의 근본이 된다. 기업인이자 독립운동가인 고 유일한 박사는 이승만 정권의 압력에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었고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하는 등 가진 것을 다 사회에 환원하고 떠났다. 이 모두가 지도자 정신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부정부패는 망조(亡兆)의 시작이다. 우리는 평판사회에 살고 있으며 평판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청렴`이다. 청렴하지 못하면 실력이 있어도 평판이 추락한다. 실력 이전에 청렴부터 할 줄 알아야 한다. 평판은 청렴이 만든다고 하고 있다(배정애, 리더의 승패는 청렴이다, 가나북스). 　그렇다면 현실에서 재물 없는 것이 자랑이 되는가? 지위가 높으면 돈이 없어도 자랑이지만 지위가 낮고 돈도 없으면 부끄럽다는 이야기 있다. 물론 차원이 다른 얘기지만 인생 3불행 중에 노년무전(老年無錢)이 있다. 늙어서 고생하지 않으려면 젊었을 때 재산을 모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 때 `옥황상제도 오까네(돈)를 가져가면 빙긋이 웃는다.`라는 말도 있었다. 　청렴(淸廉)을 사전에서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과연 청렴의 본질은 무엇인가?    　오늘날 공직자윤리법 등에 의한 일종의 강요된 청렴은 진정한 의미의 청렴이라고 할 수 없다. 현실 사회를 규율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그 본질은 다른 것이다. 　인간의 다섯 가지 기본 욕망은 식(食)·수(睡)·색(色)·재(財)·명(名)이다. 재화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기본적으로 경제가 성립되지 않는다. 돈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랑일 수가 있고 위력적이기도 하다. 오로지 `정당성`(正當性)의 문제이다. 그래서 청렴 그 본질은 `무욕`(無慾)이다. 무욕은 세상 이치 중 근본 정당성에 대한 통찰에서 가능한 것이다. 청빈하게 은퇴해서 대장간을 차려 일했고 천인(天人)같은 삶을 살았던 율곡 이이 선생을 생각해 본다.  　청렴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이득을 취하지 않는 것이다. 청렴은 부당한 힘에 굴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청렴은 적당히 타협하지도 않는 것이다. 직을 떠날 때, 생을 마감할 때 높고 맑아야 한다. 청렴은 시인 유치환처럼 열사(熱沙)의 사막에 백골을 쪼이는 것이다. 그래서 청백(淸白)의 혼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