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래전에 인상 깊게 봤던 일본의 대하드라마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제목조차 가물가물하여 기억을 더듬어 가며 인터넷을 두드린 끝에 찾아냈다. 　그 드라마의 제목은 여 주인공의 이름을 딴 `아츠희메`였다. `아츠히메`는 쇼균이 지배하던 막부말기 13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사다의 정실부인이 되었던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을 담은 대하드라마로 방영당시 시청률 1위에 오를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막부의 위세가 꺾이고 천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가건설이 태동하던 당시는 말 그대로 혼란과 격동의 시대였다. 　남 규슈 사쓰마(지금의 가고시마) 번주 시마즈 나리아키라의 양녀간 된 `아츠히메`는 에도로 떠나지만 결혼 2년 만에 든든한 후견인인 양 아버지가 죽고 곧 이어 남편인 이에사다 마저 급서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그때 그녀는 나이는 겨우 22세. 후사가 없었던 그녀는 관례에 따라 머리를 깎고 덴쇼인이라는 법명을 갖게 된다. 이에사다의 뒤를 이어 도쿠가와 이에모치가 14대 쇼군이 되면서 `아츠히메`는 그의 어머니 역할을 하지만 이에모치 역시 후사 없이 약관 20살의 나이에 죽고 만다. 이에모치의 부인은 고메이 천황의 이복동생인 가즈노미야 치카코. 이에모치와 동갑인 가즈노미야는 `아츠히메`와 마찬가지로 20살에 과부가 되는 불운한 처지에 놓인다. 　무가 출신인 `아츠히메`와 황족인 가즈노미야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마찰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도 두 사람은 무가의 관습을 내세우는 `아츠히메`에 맞서 황족의 예법을 내세우는 가즈노미야측간의 갈등과 대립을 엿볼 수 있다. 　열 살 많은 `아츠히메`와 가즈노미야는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 두 사람 다 남편을 일찍 잃은 불운에 동병상련하는 사이가 되면서 서로 마음을 연다. 유명을 달리한 두쇼군과 부부간의 정이 남달랐던 두 사람은 막부타도의 분위기속에 도쿠가와 가문의 존속을 위해 의기투합 한다. 신정부군과 교토에 있는 천황에게 탄원서를 보내는 등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한다. 가즈노미야는 메이지 천황의 고모가 되다보니 조정에 대한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마지막 쇼군인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목숨을 건지고 천황의 명령을 받은 신정부군의 에도성 공격을 막아 무혈개성으로 인명 피해를 막은 것도 두 사람의 이런노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이후 `아츠히메`는 30년 전 떠난 고향땅을 다시 밟지 못한 채 47살의 나이로 숨져 남편 이에사다 곁에 묻히고 가즈노미야는 이보다 5년 앞서 31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가즈노미야 역시 유언에 따라 남편 이에모치옆에 영면한다. 　사후 100년이 훨씬 지나 대하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조명된 두 여인이 헤쳐 간 삶의 여정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도 남았다. 아름다움과 총명함을 겸비한 두 여성은 격동의 시기에 시댁인 도쿠가와 가문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근대국가탄생에 의미있는 일조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 흔히 우리는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그 이름을 후세에까지 남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당대에 살면서 아무리 이름을 남기려 몸부림쳐도 후세에까지 이름이 전해질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잠시 머리를 돌려 여당과 야당이 사사건건 충돌하며 기를 쓰고 싸우고 있는 우리 정치현실을 돌아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양보와 타협이 없는 우리 정치의 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다. 눈앞의 당리당략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먼 앞날을 생각하는 통큰 정치는 할 수 없는 것인가. 　100년이 지난 후세에 `아츠히메`처럼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재탄생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더라도 지금 당장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를 해주면 어떨까. 모두가 선량들인데 왜 나라의 동량이 되지는 못하는지 국민의 입장에서 안타깝고 답답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