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식탁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식재료 중 하나는 물고기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어로활동은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어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고기잡이는 계속 될 것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던 소득이 증가하면 가장 찾게 되는 영양소는 단백질이다. 적게는 32%에서 많게는 78%까지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정설이다. 가장 값싸고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은 역시 물고기다. 그러나 전세계 어획량은 지난 수십년간 양식 기술 발달 등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증가해왔지만 남획이 차지하는 비율이 20~50%로 높다. 기후변화도 변수다.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알맞은 수온을 찾아 서식지를 옮기는 것이 물고기들의 특성인지라 대부분 국가들이 연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를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정해 조업을 통제하거나 이웃국가와 어업협정을 맺어 바다를 공유하지만 물고기들은 이런 `정치적 경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물고기들이 이 국경을 넘을 때마다 갈등은 커지게 마련이다. 중국은 물고기 전쟁의 단골손님이다. 중국 어선들이 우리나라 서해연안으로 몰려와 불법조업을 하다 적발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해경은 급기야 기관총을 발사하기에 이르렀다. 일본도 중국에 못마땅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식 대국` 일본 국민들이 즐겨먹는 꽁치의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마리당 가격이 최고 4500엔(약 4만5000원)으로 치솟았다. 일본 정부는 중국 어선의 공해상 꽁치 싹쓸이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눈을 돌려 세계로 나가보자. 동남아에서도 극심한 물고기 분쟁에 극약처방을 하는 국가가 등장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0일 전국 11개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한 외국 선박 125척을 동시에 침몰시키는 강경책을 썼다. 유럽 쪽은 어떤가. 지난달 28일 프랑스 노르망디 근해. 평화로웠던 바다에 화염병과 돌덩이가 날아다니고 욕설이 난무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영국 어선 5척이 이 수역에서 가리비를 끌어올리자 프랑스 어선 수십척이 이를 에워싸고 충돌을 감행하면서다. 프랑스 정부가 가리비 고갈을 막기 위해 5~10월까지를 금어기로 정했는데, 영국 선박들이 가리비를 싹쓸이해간 것이 발단이 됐다.최근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기조도 민족주의를 부추겨 물고기 전쟁에 기름을 부을 우려가 높다는 점도 우려 거리다. 이번 추석 차례상에 올라 왔던 생선이 예사롭지 않게 여겨진다. 치열하게 전쟁을 치룬 결과물이라 생각하니 어째 뒷맛이 씁쓸하다. 이러다 몇 해 지나지 않아 차례상에서 물고기를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혹여 다음 대선 공약에 `생선 00마리씩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공약이 나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