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전 `예기(禮記)`에는 50세를 애(艾), 60세를 기(耆), 70세를 노(老), 80∼90세를 모(耄) 라고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회갑 시기를 `노(老)`에 들어서는 단계로 여겨왔으며, 인생 70을 `고래희(古來稀)라 했다. 노화(老化)는 대체로 인간생물체의 성숙기 이후 쇠퇴현상과 사회 활동이나 역할의 상실을 그 시점으로 보고 있으며, 노년기 연령 규정은 정년이나 연금 개시 연령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오늘날의 노인 문제는 산업사회의 정년제로 인한 사회활동으로부터의 퇴출, 젊은 농촌 노동력인구의 도시 집중에 따른 부자(父子)세대간의 분리·별거, 젊은 세대의 핵가족 선호사상과 부모 부양 기피의식의 만연, 이로 인한 전통적인 노부모 부양체계의 쇠퇴 등의 요인으로 인한 탈가족화 현상이 야기한다. 노인들은 대개 경제적 빈곤, 보건·의료 문제, 무위(無爲)·무료(無聊), 사회적 소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100세 시대`라는 요즘 신체나 뇌(腦)기능의 노화가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게 나타나 70세가 훨씬 넘어도 정정한 노인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우리나라도 `고령(高齡) 사회`에 진입했으며, 앞으로 노인 인구는 점차 늘어나 `초고령 사회`도 멀지않아 보인다. 노인 문제가 심각한 건 이 때문이다.    　며칠 전 한가위 때 98세의 고령에도 아파트 생활을 하며 이따금 다실 나들이와 산책도 즐기시는 장인을 찾아뵈었다. 독립유공자로서는 이 지역에서 최고령자인 장인보다 두해 위인 장모는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뜨셨지만(한 달만 더 사셨더라면 100세) `노인의 날`(10월 2일)을 즈음해 `100세 시대`를 아주 가까운 데서도 절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경로효친(敬老孝親) 사상을 근본으로 삼아왔지만 날이 갈수록 그 전통이 흔들리는 형편이어서 생각해볼 여지도 많아진다. 핵가족으로 치닫는 추세에다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어나 노인 부양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대부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만년을 보내야 하는 분위기가 일반화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노인들은 짙은 소외감에 빠지게 되고, 극단적인 경우 자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노인 문제는 국가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형국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해법(解法)은 쉽게 찾아지지 않을 것 같아 실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인들은 아직 더 일할 수 있어도 그 길이 막히게 된 사회 제도가 바뀌기를 바라고 있지만 젊은이들의 일자리마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인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이나 관공서들이 정년을 60~65세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나이만으로 퇴직 시기를 정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그 연령을 더 늘리는 방법이 찾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퇴직 후 연령 제한을 받지 않는 직업을 찾아 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학교나 아파트 경비원 등 주로 젊은이들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직장들이며, 보수도 약하지만 직장생활 때와는 신분과 관계없이 왕성하게 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같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고 주로 젊은이들이 꺼리는 일자리에서 노인들도 일하게 하는 길을 터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노하우가 쌓인 인력들에게 정년을 70세 정도로 늘려 더욱 활력이 넘치는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노동력(勞動力) 확보` 주장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이미 신규 인력 채용 때 나이, 학력 등을 기준으로 삼지 않도록 제도를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그 시행이 어떤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기업들도 퇴직 연령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나이 때문에 일할 수 없게 하는 것을 또 다른 차별이며, `고령 사회`에 젊은이들에게 부양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라도 다각적인 노동력 확보의 길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에 지혜를 모으는 한편 `놀고먹는 사람들`을 줄여나가는 길도 함께 찾아져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