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책은 영물적 계시의 존재-②　통신사들이 저녁밥을 마치고 나니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가 이곳의 여러 문사들을 데리고 왔다. 붓과 벼루 그리고 두루마리를 놓고 장편과 단율들을 서로 부르고 화답했다. 이 중에 몇몇 사람은 시의 원고를 모아둔 것이 많은데 서문을 부탁했다. 오사카에서는 글을 구하려는 자가 다른 어느 곳보다도 배는 더 많았다. 때로는 새벽 닭이 울 때까지 자지 못하는가 하며 밥맛이 모래알을 씹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일본의 희용 왜어(戱用倭語)에 다음과 같은 시구가 있다.　푸른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계림사자들은 / 빛나는 의관에 　뭇 선녀를 닮았구나 / 너에게 권커니 품에 지닌 그림 부채를 　들고 / 비단 방석 앞에 무릎을 꿇어 앉아 시 한편을 빌어라. 　　4. 접대 의례 개혁의 속사정-①　1711년 조선통신사(정사·조태억:趙泰億)가 일본에 갔을 때 사절의 접반역(接伴役)이며 거물의 지식인인 아라이 학세키(新井白石)가 난데없이 사절단의 영접 문제에 대해 종전과 대우가 축소된 10개 조항의 개혁안을 내 놓았다. ①국서에는 `日本大君`을 `日本國王`으로 기입한다. ②사절은 세자(장군의 아들)를 배알한다. ③노중(老中·대명가의 노신)과의 편지·선물의 증답을 금한다. ④장군과 상견례 때 3사(使:정사·부사·종사관)가 동좌 동위(同坐同位)의 배위를 낮춘다. ⑤종사관의 국서 전달을 정사가 맡는다. ⑥노가쿠(能樂·일본가면 음악극)를 보였는데, 아악(궁중 고전 음악)으로 한다. ⑦향연 때 3사의 접대역은 다이묘(大名·번주)로 한다. ⑧노중(老中)이 방문했을 때 자리를 높인다. ⑨ 상사(上使·일본측)가 방문했을 때 3사는 단하에서 영송한다. ⑩3사가 객관에 들릴 때 가마에서 내린다. 　통신사가 오사카 사관(使館)에서 일본측 상사를 맞을 때 단하에 내려 설 것을 거절하자, 이 문제로 양쪽에서 충돌하게 되었다. 대마도 종가의 가신들이 강경한 태도로 이를 억눌러 진정시켰다. 그 후에도 누누이 개현된 신례(新禮)를 거절하고 반항했으며, 심지어 에도성(江戶城) 안에서 장군 도쿠가와 이에노부(家宣·6대)와 대면할 때도 접대의식에 따르지 않으려는 통신사의 항거와 왜 관속들의 위협적인 집행을 그때 분위기를 묘사한 시가 전한다. 　조선 사절들은 예물을 잡고 / 얼굴에 핏대 올려 돌 같이 완고하게 　/ 예를 두고 다투누나 / 공(통신사)들은 서쪽 계단 지나 / 옷을 　걷고 전상(殿上)에 올라서니 / 출중한 그 모습이 황홀하게 비치네 / 　허리띠(왜 관리)는 붉은 빛 / 태수(왜 지방관) 문양 선명하고 / 　눈빛은 번개 같고 수염 또한 창날 같네 / 원수처럼 꾸짖으니 　전각 기둥 흔들리고 / 사신들 담이 떨려 그 혼을 잃었네라.  　이와 같은 험악한 고비를 넘긴 다음에야 도쿠가와 이에노부는 봉황을 수놓은 장막을 배경으로 하고, 색체가 있는 돗자리(다다미)를 2장을 쌓아 그 위에 요 2장을 포개어 자리를 높여 사신들과 상견례를 하였다. 　이와 같은 개혁안의 시행 이유는 너무 극진한 접대로 한번 행차에 1백만 냥의 경비가 지출되고, 동원되는 인원만도 23만 명이 넘으며, 말도 4만여 필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접대 의식을 개혁코저 했으나, 완고한 사절들은 전례에 따른 절차를 주장하여 곧 원상대로 시행하게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