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내·외 운동 경기대회를 순진한 눈으로 보면 결코 아름답지 않는 모습이 있다. 경기운영에 있어서의 개최지 또는 개최국 편의주의이다. 즉 주최 측 팀에 유리하도록 종목이 정해지고 운영도 그렇게 되어 온 것이다. 　사방에서 손님을 모셔다 놓고 자기 유리한 잔치를 벌이는 것이 마치 이솝 우화를 실제에서 보는 듯하다. 올림픽 정신이 `페어플레이`(fair play)라면서 이렇게 되어 온 까닭은 무엇인가? 현실 문제로 일리 있는 이유는 있어 보인다. 개최 측에 남다른 이득이나 우선권이 없다면 그 힘든 대형 행사를 누가 선뜻 인력과 돈을 들여 맡으려고 하겠는가?  　대회 유치경쟁이 심한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그 행사로 인한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효과나 파생적 이점들이 예상될 때이고 경기에 있어서의 개최지(국) 편의주의 또한 그에 일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8년 8월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Jakarta)와 팔렘방(Palembang)에서 개최된 제 18회 아시안 게임에서 자국 인도네시아는 금메달 31개를 포함한 총 98개의 메달을 획득해 한국 다음인 4등을 했다.  　이는 과거 아시안 게임에서 거둔 성적들(2014년 인천:금 4개 포함 총 20개로 17위, 2010년 광저우:금 4개 포함 총 26개로 15위, 2006년 도하:금 2개 포함 총 20개로 22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우수한 성적이다. 　인도네시아는 자국의 응원 관중으로 대부분의 경기장을 압도했다.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스타카토(staccato) 함성이 마치 악다구니처럼 이어질 때는 2억 7천만 세계 4위 인구대국의 위력이 실감되기도 했다. 　대회 초반 여자 태권도 품새 결선에서 한국 선수와 인도네시아 선수가 만났다. 한국 선수가 마지막 착지동작을 할 때 인도네시아 관중들이 일제히 짧은 함성을 질러버렸다. 순간 그 선수는 발이 흔들려 감점을 받았고 패했다. 이로써 그 인도네시아 선수는 대회의 자국 첫 금메달을 자기 나라에 안겨줬다. 관중 의식의 수준에 관한 문제이다. 경기 예절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모든 운동에 있어 민감한 동작 시에는 조용히 해 주는 것이 기본이다.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듯이 보였으나 아직 서툴렀고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긍될 수 있는 수준(global standard)에는 상당히 멀었다. 수질·공기 등 자연 환경적 요소는 차치하더라도 극심한 교통체증에 선수촌의 숙소 환경이나 식당사정도 열악했다. 　대회 주인공인 선수단의 입장이 완료되지 않은 채 진행되어버린 폐막식 풍경은 잊지 못할 씁쓸한 추억의 백미이다. 남·북한, 일본 및 자국 선수단 수 백 명은 행사장 밖에서 통제된 채 운영요원들과 한참을 싸운 끝에 겨우 입장했으나 이미 행사는 저만치 진행되고 있었다. 　한편 2018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의 경기력은 역부족을 드러냈다. 동 게임 연속 5회 종합 2위를 해오다가 일본에 그 자리를 내줬다. 일본 경기력의 심상찮은 비약을 보니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마지막 날 축구·야구 등의 결선에서 이겨 그나마 정서적으로는 양해되긴 했으나 이제는 한국 체육 근본적인 고민을 할 때가 되었다는 위기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넓은 대숲에 굵은 대 자란다" 선수의 발굴·육성, 지원인력·자원봉사자 편성 등 모든 것이 인구를 바탕으로 한다. 이제 잘하고 못하고는 이차적이고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일차적인 문제될 것이다. 모든 것이 `사람`이다. 그 다음으로 경제와 리더십의 문제이다. 　앞으로는 인도네시아와 같은 나라가 스포츠에서도 많이 발전할 것이다.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는 자원의 힘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최국에 유리한 종목 편성, 편파적인 판정 등의 현상은 이제 근본문제가 아니 된다. 경쟁 선수의 최종 동작에 함성을 지르는 것도, 폐막식에 선수를 배제한 것도 엄연한 하나의 진상(眞相)일 뿐이다. 　부족한 것은 "잘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없으면 하려고 해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중앙·지방 정부 할 것 없이 모든 것은 `인구정책`으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