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기간에 있으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가장 깊게 느꼈던 것 같다. 저출산이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남성들의 육아도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 대구수목원관리사무소 관리팀 도상록 주무관은 "대구의 젊은 인력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외지로 나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다. 거기에다 이제는 저출산으로 인해 아이들까지 사라져가면서 대구의 미래는 위험 수위로 다가서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실제로 도 주무관은 가정적인 남자였다.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자연과 벗삼으며 누구보다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던 그는 비록, 부모님의 학구열에 초등학교 4학년 대구로 오게 됐지만 지금도 가정의 소중함을 위해 주말마다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공무원이다. 그는 최근까지 육아휴직에 있으면서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을 할애한 것이 지금까지의 추억 중 가장 뜻깊다고도 했다. 앞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언급했던 이유도 바로 육아휴직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은 남녀, 기혼, 미혼 등을 불문하고 직장과 가정의 생활 모두 양립할 수 있게 기관·기업들이 지원하는 일종의 복지체제를 말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나 보육, 간호에 대한 지원, 건강촉진, 교육지원, 장기휴가제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전에는 여성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에 한정돼 사용되다 최근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를 배경으로 이 같은 복지체제가 의무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도 주무관은 일과 가정의 양립과 관련, 남성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선 직장에서의 복지도 필요하지만 나아가 자신 스스로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대구에선 이 같은 변화의 필요성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제도 남성참여 제고를 위한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가정생활 참여율은 긍적적이지만은 않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과거에 비해 증가하는 추세지만 육아휴직 사용자나 사용 기간은 여선히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런 이유를 현실과는 동떨어진 제도를 원인으로 들었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을 높여 일-가정 양립을 안착시키려면 육아휴직과 관련, 남성할당제를 도입하고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등 현실적인 전략에 집중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남성의 육하휴직 참여율이 가장 높은 아이슬란드, 스웨덴, 포르투갈,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벨기에, 독일 등 7개 국가는 모두 남성할당제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전통적인 남성 생계부양자 중심 사회로 소득대체율이 낮고 할당제도가 운영되지 않아 육아휴직 제도가 있어도 사용률이 높지 않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도 주무관은 "대구수목원에 가족 단위로 찾는 관람객들이 늘면서 가족의 중요성을 더욱 더 실감하게 된다"면서 "이런 변화가 있어야지만 대구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없는 도시는 결국 미래가 보이지 않는 도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 주무관도 일-가정 양립과 관련, 처음부터 필요성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아이로니컬하게도 그는 도시의 예술적 변화를 추구하는 건축학도였고 누구보다 도시를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청년이었다. 대구에 오게 되면서 넓은 도시의 모습이 `건축학도`라는 자신의 꿈을 결정짓게 했다는 그는 졸업 무렵 IMF를 겪게 되면서 결국 자신의 꿈을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공무원으로 바꾸게 된다. 도 주무관은 "IMF를 통해 가장 타격을 받았던 업종이 건설업종이었다. 취업이 어려웠던 것은 당연했고 그것 때문에 많은 방황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던 중 시민의 삶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데 힘을 보탤 수 있는 공무원에 관심을 갖게 됐고 2년 간의 준비 끝에 지금의 자신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