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우주의 모든 현상 중에 자아(自我)만큼 신비로운 현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힘, 그 어떤 업연(業緣)에 의해 지금 내(我)가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숱한 생(生)들 중에 하필 이 모양을 하고 있는 내가 왜 나일까? 이 우주가 아무리 방대하고, 그 가운데 숱한 생명들이 존재하여 있어도 `나`라는 이 자아(自我)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하며, 영원한 시간 가운데에 유일한 이 시간에만 존재되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는 마치 영원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 가운데 지금 이 시각 이 공간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천문학자들이 지금 이 우주의 나이를 대략 150억년 정도로 본다고 하는데, 그럼 그 이전에는 이 무한한 공간속에 아무 것도 없었다는 말인지? 그리고 아무 것도 없었다면 이 거대한 우주는 어디서 출현하였다는 것인지? 이는 바로 내가 있기 전에는 내가 없었다는 것인지? 내가 없었다면 나는 어디에서 왔다는 것인지? 따라서 시작 없는 옛적에서 끝없는 미래로 이어지는 시공간(時空間) 속에서 우주는 나고 죽는 것이 아니며 원래 있었고, 그대로 있으면서 모양만 변해 온 것인데, 나고 죽는다는 것은 다만 우리들의 오감(五感)에 의한 주관적 판단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우주의 존재를 비롯해 현재 자신이 느끼고 있는 모든 현상은 자신이 존재함으로, 자신의 감각기관에 의해 생성된 것일 뿐, 사실은 실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만일,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는 이 모든 감각이 사라지면 우리는 과연 무엇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즉 그 모든 존재는 오감을 가진 이 자아(自我)에 의해 비롯된 것이니, 천지만물(天地萬物)이 그 어떤 창조주(創造主)에 의해 피조된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자아에 의해 생성된 허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생육하고 있는 이 지구라는 천체는 까마득한 과거에 폭발한 초신성(超新星)의 잔해가 공간을 떠돌다가 중력의 작용으로 뭉쳐진 것이라는 것은 현대 우주 물리학의 움직일 수 없는 정설로 보인다. 그러니까 원래 몸을 이루던 초신성과 동일한 원소들로 재구성 되었지만, 모양이 달라졌을 뿐이라는 얘긴데, 우주 가운데 생명체인 우리 몸 역시 끝없이 순환하는 원소들로 재구성되고 있지만, 늘 같은 모양일 수 없고, 우리의 자아(自我) 역시 시작 없는 옛적부터 이어져 왔고, 또 영원히 반복될 것이지만, 과거와 미래를 인지할 수 없는 것뿐이지, 기억할 수 없는 과거일지라도 내가 나인 것은 분명하고, 미래의 나 역시 나인 것은 다르지 않다는 말이 된다. 　우리의 인식체계 속에서는 물질들이 흩어지는 모양이 사멸(死滅)로 보이고, 다시 뭉쳐지는 모양이 탄생으로 보이지만, 이 우주 가운데 물질들의 양은 절대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질량 불변의 법칙)이 아닌가? 그리고 생명 또한 물질의 구성에 의해 작동(生)되기도 하고, 그 구성이 무너지면서 정지(死)되는 것처럼, 그 물질에 스며있는 `자아` 역시 의식의 정지상태(死)와 의식의 활성화(生)가 반복될 뿐, 생멸(生滅)의 문제가 아니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자아(自我)가 발현(發現)되는 순간 우주가 함께 태어나는 것이며, 자아라는 의식(意識)이 사라지는 순간 우주도 함께 사라진다. 고로 이 우주는 자신 이외 그 어떤 창조주도 없으며, 자신이 다름 아닌 이 우주의 창조자임을 자각해야 하고, 우주가 영원불멸이듯이 자아 역시 영원불멸하여 사라지지 않고 되풀이 될 뿐이라는 것이 윤회설(輪廻說)에 대한 나의 이해이다. 누가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