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원시인들은 밤을 두려워 했고, 고통과 공포 그리고 죽음을 예고하는 하나의 장 막으로 여겼다. 밤은 해가 진 뒤부터 먼동이 트기 전까지의 동안이며, 또는 오늘 저녁부터 내일 새벽까지를 말하기도 한다. 지구에 속한 달은 위성으로 햇빛을 반사하여 밤을 밝은 빛을 내는 암체이며, 어둠 속에서도 길을 밝혀주는 하나의 묵시록이다. 　아름다운 밤이면/ 별들은 그대 머리 위에서/ 경건히 방랑하는데/ 여기 낮의 요동하던 실존은/ 꿈을 꾸며 잔잔히 가라앉네. 밤을 찬미하는 시가 있다. 　어둠을 뚫고 교교한 달빛이 밤의 침묵을 등대처럼 밝힌다. 달은 하늘의 사자(使者)다. 차가운 음기가 적재하여 물이 되고 수기(水氣)의 정(精)이 달이 된다.  　나도향의 `그믐달`에, "초승달이나 보름달은 보는 이가 많지마는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 외로운 달이다. 객창 한등에 정든 님 그리워 잠 못 들어 하는 분이니, 못 견디게 쓰린 가슴을 움켜잡은 무슨 한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 달을 보아주는 이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는 고요한 꿈나라에서 평화롭게 잠든 세상을 저주하며 홀로 머리 풀고 우는 청산과 같은 달이라"한다. 　고향을 등지고 타향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달은 향수요, 친구요, 그리움이며, 친척을 만난 듯 반가움의 대상이다. 　이백의 시에 "서리 내린 듯 달빛이 맑다/ 자다가 일어나 앉는다/ 고개를 드니 산에 달이 걸리고/ 눈에 삼삼한 고향/ 나는 그만 고개를 숙인다."  　소설가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에, 하늘에는 별이 총낫 박혀 있고, 해 넘어 갈 서산 꼭대기에는 초승달이 걸려 있다. 그리고 그 몹시 파리한 초승달에서 그는 그 푸른빛이 흐르던 찰라에 고향 친구의 두 눈이 생각난다는 것에서 눈물이 흐른다.  　학창시절에 많이 익혔던 정철의 `송강가사` 내 마음 베어내어 저 달을 만들고자/ 구만지 장천에 번듯이 걸려 있어/ 고운 님 계신 곳에 가 비추어나 보리라. 　물을 머금은 안개비가 그친 뒤에 달빛이 바람 위에 끊임없이 풀 향기와 같이 흐르며, 외로운 사람의 불을 끈 창변에 서늘한 달빛으로 스미고 싶다. 그리고 차가운 달빛에 떠는 마음에는 밤이 무료치 않은 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던져 준 멋이라 한다. 　심훈의 `영원한 미소`에서 정감 어린 달의 표현이 신선한 맛을 준다.  　"농촌의 달은 유난히도 밝다. 티끌 하나 없는 대지 위에 달빛은 쏟아져 내려 초가집 지붕을 어루만진다. 아득히 내다보이는 바다는 팔팔 뛰는 생선의 비늘과 같이 찬란하게 번득인다." 　모파상의 월광에도, 어째서 신의 달빛을 만들었는가. 어쩌면 이렇게 고우면서 아름다운 달빛은 누구를 위한 선물인가. 밤은 잠을 자기 위해서, 의식을 잊기위해서, 휴식을 위해서, 그리고 모든 세상만사의 것을 망각하기 위해서 존재는 하는 것이다. 어째서 그 밤을 낮 보다고 매력있게 하였으며, 여명보다도, 저녁 노을 보다도 한층 그리운 것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조용하고 엄숙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 하고 싶다. 잠든 솔숲에 머문 달빛처럼 슬픔이 가라 앉아 평화로운 정감으로 미소 짓게 하소서.  　추석이 다가 오고 있다. 보름달이 박덩이 같이 희다. 방파제 끝에 명멸한 불빛으로 그윽한 파도 소리가 우련한(희미한)밤 속에서 빛을 뿌린다. 　빛이 토하는 고요 속에 일종의 독특한 향기를 품고 있다. 달빛과 밤빛이 짜내는 미묘한 색채가 신비로운 정취를 느끼며 소슬한 바람과 함께 소금을 뿌린 듯이 달빛에 숨이 막힌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 창백한 달빛이 씻어 내리는 가로수마다 파르스름한 액채의 월광이 발걸음을 당기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