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기에 살았던 `마키아벨리`에 의해 쓰여진 `군주론(君主論)`은 오는 날 까지도 읽혀지고 있는 고전으로,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꿰뚫고, 그 토대 위에 군주로써의 덕목과 통치 방법을 서술하여 소위 `마키아벨리즘`이라는 정치철학을 낳게 된다. 　마키아벨리는 `창업자는 군주로서의 능력을 갖춘 다음에 군주가 되지만, 세습자는 그 능력을 배우기도 전에 군주가 된다`라고 말했는데, 권력의 세습이 당연시 되던 당시에 세습의 불합리함을 지적했음은 물론이고, 군중의 심리를 정확히 간파하여, 군중을 다스리는 군주로써의 기술과 덕목을 나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전제군주 시대가 아닌 오늘날의 민주주의 시대에도 여전히 마키아벨리즘은 민(民)을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보는 정치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교과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권력을 쟁취하라! 오직 권력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들에게 수단은 선(善)과 악(惡)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까 지극히 실용주의 적인 관점에서 목적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제안일 수 있기에, 마키아벨리즘은 목적이 양심을 이길 수 있게 하는 근거를 마련해 준 셈이다. 　왕정체제와 민주주의 체제의 차이란 엄격히 말해서, 군중이 군주를 선택함에 세습과 선출이라는 옹립방식의 변화 외에 다른 점을 찾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즉, 왕정시대에 군주가 `백성은 하늘`이라고 한 말이나,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고 한 말에 어떤 차이를 가질 수 있는가? 그러니까 어떤 방식을 취하든 간에 한 번 옹립된 사람은 절대 권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마키아벨리즘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군중이 달라졌다. 과학의 발달과 통신수단의 진보에 의해 군중의 지성이 평준화되기 시작하면서, 군주가 특별한 존재일 수도 없고, 군주의 백그라운드 역할을 하던 신의 권위마저도 예전 같지는 않기에, 군중들은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이념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시대를 거슬러, 이미 2500년 전에 인도에서 태어난 `고오타마 싯다르타`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쳤듯이, 사람들은 모두 존귀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때문에 그 어떤 신성(神聖), 그 어떤 권력으로 부터의 피지배(彼支配)도 이제 달갑지가 않아진 것이다. 즉, 모든 사람이 다 동등한 권력을 행사하려 들기 때문에, 지배와 피자배의 관계설정은 저항과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고, 따라서 나는 이제 여기서부터 군주론이 아닌 `공복론(公僕論)`을 주창 하고자 한다. 　우선 모든 정치인은 어떤 지위에 있던, 타인과 완전히 동등한 권력을 가졌을 뿐이라는 점을 확실히 납득해야 하고, 자신이 가진 고유한 권력 외에 타인들로 부터 한시적으로 위탁된 권력은 그 소유권이 군중에게 있다. 　따라서 군중으로 부터 위임된 그 권력을 보관하고 관리함에 있어, 소유자의 의사(意思)에 반해 그것을 사용할 수 없음이 당연하고, 오직 하수인으로써의 임무와 역할이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즉, 공복론의 입장에서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설정이 군주론과는 정반대의 개념으로,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라 다수가 소수의 하수인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공복(公僕)이라는 용어를 쓰게 된다. 　소수가 다수의 지배하에 있을 때, 소수의 처세술을 익히라! 그것이 공복론의 근간이며, 미래의 정치철학이 될 것이다. 미래의 정치인은 본인의 권력욕을 실천하는 사람이 아니라, 군중의 권력욕에 떠밀린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미래의 정치학 개론은 다시 씌어 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