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상사(上司)와 부하가 함께 출장을 가는 일은 흔하다. 그 중에 긴 출장 특히 해외출장의 경우 상사의 눈에는 동행한 부하의 성실성이 바로 보인다. 　상급자 보필을 비롯한 제반 행동을 진정으로 하는지 마지못해 하는지 또 상황에 잘 대처하는지 등을 금방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출장 수행자(隨行者)의 우선적인 덕목은 `진정성`과 `민첩성`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부하 입장에서도 그 상사의 `인간성`이 쉽게 보인다. 예부터 "윗사람과 해외출장을 가보면 그의 본 성품을 알 수 있다" 고 했다. 그가 권위적인지 편협한지 또는 이기적이거나 독선적인지 등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상사를 모시고 가는 출장 그 중에도 해외출장은 언제나 부하 직원들에게는 대체로 피곤한 여정이다. `아무리 좋은 상사라도 없는 상사만 못하다`는 말처럼 윗사람 모시는 일은 언제나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출장 리더의 기본 덕목은 부하에 대한 `배려`가 되는 것이다. 　이 `진정성`·`민첩성`·`인간적 배려`와 같은 덕목들은 평상시 조직생활의 성공을 위해 긴요한 것들이지만 출장 시에 특히 강조되는 것은 이들이 평소보다 출장에서 훨씬 더 쉽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종합조정기관에 과장으로 근무할 때다. 당시 1급 간부 Y씨는 일에 대한 의욕이 많은데다 성벽은 불같았다. 평소 직원들에 대한 업무 압박이 심하고 막말도 잘 하기로 유명했다. 　어느 때 그와 해외출장 가는 L서기관을 다들 측은한 눈으로 봤다. 과연 귀국 후 그는 입술이 터져 있었다. 그리고 출장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제나 일 욕심이 문제이다. 국내 S청의 청장은 업무 열정이 강하고 박사학위도 2개나 되는 등 아는 것이 많아 부하들이 따라가지를 못했다. 특히 그와의 해외출장은 가히 `죽음의 조`라고 불렸을 정도로 기피 대상이었다. 　워싱턴에 근무할 때다. 그 S청장 일행 5명이 출장을 왔다. 도착해 점심을 먹는 식당에서부터 꾸지람을 듣더니 현지 대책회의를 갖는 등 늘 비상상황이 유지되고 있었다. 삼일 째 오후는 아예 필자하고만 함께하는 일정을 잡았다. 수행 직원 4명이 휴식 기회를 만들어 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 후 그 일행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 중 한 명의 여권이 분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행사나 출장 등은 그 일정을 느슨하게 해도 문제지만 너무 빡세게 관리해도 사고가 나는 법이다. 　이와는 대조적인 사례로, 국무총리실에 의욕과 추진력이 넘치고 성격이 별난 국장 C씨가 있었다. 2000년경 당시 노동행태는 공·사 부문에 있어 오늘과 많이 달라 휴일근무도 종종 했으나 무자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국장은 일요일에도 대부분 출근시켰고 회의 중에 호통 치며 핏대를 올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언젠가 M사무관이 그 국장을 모시고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상당한 고생을 했으리라 생각하고 어떠하더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그 국장님 인간성은 괜찮더라!"고 했다. 이처럼 출장에서는 인간적 본모습이 쉬 드러나는 법이다. 　공직 초기에 선배로부터 배운 습관 중 하나는 해외출장 후 귀국할 때 그에 동행한 부하 직원에게 간소하게라도 꼭 선물을 하는 것이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고객인 조직 내부 직원을 우선 챙겨야 하듯이 힘든 여정을 함께해 준 부하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 것이다. 이로써 출장 기간 동안에 혹 있었을 지도 모를 서로간의 응어리도 풀릴 수 있을 것이다. 　단체출장 중 기관장이 간부들이나 유관단체 멤버들까지 동반하는 프로젝트 출장의 경우 많게는 수십 명이 될 때도 있다. 이런 대규모 출장에서도 그 수장(leader) 한 사람을 제외하고 두 번째 직위 즉 "차석(vice-)부터는 모두 피곤하다"고 했다. 　그러므로 리더는 어떠한 형태의 출장에서도 항상 `전체` 부하들이 힘들여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을 사무쳐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