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로 `행사`나 의식(儀式)은 그 자체로 인류사회의 본류가 되어왔으며, 어떤 조직에서든 각종 행사 등을 위해 원근(遠近)의 `출장`을 가는 일이 있다.  　상사(上司)와의 출장, 거기서 인정받으면 영원히 인정받고 거기서 찍히면 영원히 찍힌다. 그래서 상사와 동행하는 특히 국내의 긴 출장이나 해외 출장은 조직생활에 있어 이른바 `기회이자 위기`가 되는 것이다.  　평소에는 일상 업무 즉 매일의 삶의 반쪽만 보이지만 출장에서는 공식 일정을 포함한 24시간 시·공이 공유되어 생활 전체가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출장 가서 찍힌다면 같이 안 가는 것이 백번 나은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야심 찬 조직인은 윗사람 모시고 출장 가는 것을 하나의 `기회`로 삼는다.  　1990년대 후반 중앙정부 H부처의 신임 장관 K씨는 성품이 강하고 급한데다 당시 부하 간부들의 능력을 믿지 않았다. 그러다 한직에 있던 1급 간부 M씨가 장관 해외 출장에 수행하게 되었다. 그는 영어를 잘 하고 경험도 많았다. 장관은 출장 복귀 후 그만 찾았다. 그 후 M씨는 승승장구했다. 　어떠한 행사나 출장의 경우라도 상사와 함께하게 되었을 때 사전에 해야 할 것은 그 일정을 미리 `직접` 보고하는 것이다. 그 중 핵심은 상사와 본인의 역할을 명확히 확인·정리해주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계획보고`로서 아주 기본이 된다. 　그 다음은 `이동 서비스` 과정이며 여기서 인사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그 상사의 `동선`(動線) 관리이다. 동선에 관해 사전보고에서부터 사후정리까지 그림자처럼 챙겨야 한다. 본래 보직은 비서가 아니더라도 이 때만큼은 수행비서가 되어야 한다. 　참석하는 행사장에서의 `포지셔닝`(positioning)은 특히 중요하다. 그 행사에 있어서의 상사의 위치와 행동요령을 분명히 확인해 주어야 한다. 　이때 사전 통보된 배치도나 식순(program) 등만 믿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항상 현장 재확 인을 해야 한다. `행사`에는 언제나 돌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에서 상사가 어색해지게 하는 것은 수행의전의 실패이다. 　상사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 사람이 많거나 복잡한 행사에서는 깜빡하는 순간 시야에서 사라질 때가 있다. 그러면 이미 의전의 틈이 생기는 것이다. 　조직 계층에서 직위가 올라갈수록 스스로 어울릴 동료의 수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고위직은 자칫 고독해지기 쉽다. 더욱이 출장행사 등에서는 수시로 혼자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수행자나 비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밑에서 동선을 챙겨주지 않으면 안 된다. 본인이 원하는 경우 외에는 홀로 두면 안 되는 것이다. 모시는 자 즉 `시자(侍者)를 마다하는 상사는 없다.` 　끝으로 사후 정리보고이다. 행사나 출장이 종료되면 결과를 요약 보고해야 한다. 이때 평가나 반성 또는 피드백이 추가되면 더욱 좋다. 피드백은 "모시면서 많이 배웠다. 향후 또 기회가 있으면 더 잘 모시겠다." 등이 될 것이다. 　이러함에도 공직자로서 기관장일행을 모신 해외출장에서 상사의 동선 관리는 고사하고 단체로 비행기를 놓치게 한 책임자도 있었고, 대통령 예방 수행 중 호텔 로비의 아침 집결시간에 아직 자고 있었던 실무 비서도 있었다. 이들이 중도 면직 당하지 않은 것은 천운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고위직은 일상에 무능하다. 유명한 `피터 법칙`(Peter Principle)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들 대부분은 홀로 할 줄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보좌해주지 않으면 제대로 살아가지도 못한다. 　그러면 상사들은 부하에게 얹혀서만 살아가는가? 아니다. 그들의 할 일은 따로 있다. 우선, 난제에 부딪혔을 때 결단을 내려주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부하의 신상을 챙기고 보호해 주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부하의 사활을 결정하게 될 때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일들을 해주지 못하는 상사는 상사가 아닌 것이다. 　`부하는 상사의 동선을 살피고 상사는 부하의 신상을 살핀다!` 이것이 조직 내 `상·하간 분업`이다. 이는 행사·출장 시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같은 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