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조선과의 얽힌 고사와 일화-①　대마도를 떠나 오사카까지 한 달 가량을 기항지에서 옮겨가며 바람 따라 물결 따라 뱃길을 간다. 바다에 어둠이 깔리면 포구를 찾고, 동이 트면 물위에 떠서 오가는 1만 여리에 뱃길과 뭍길에서 보고 들은 고국과의 얽힌 고사(故事) 및 일화 몇 가지를 간추려 본다. 　후쿠오카현의 하카다(博多) 땅에서 신라 충신 박제상(朴堤上)이 의를 위해 죽은 곳이며 고려 말 때 정몽주, 조선 초 때 이예도 시신으로 왔다가 억류된 곳이기도 하다. 박제상은 이곳에 억류된 신라 눌지왕의 동생을 탈출시키고 본인은 체포되어 창날 같이 뾰죽하게 벤 갈대밭을 맨 발로 걷게 하고, 끝내는 불태워 죽여 버렸다. 그의 무덤에 난 풀도 한결 같이 조국을 향해 서쪽으로 기울므로 무덤을 `서지총(西指塚)`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고사도 있다.  　시모노세키(下關) 서쪽 편 언덕 위에 고분이 있는데 이를 `백마총`이라고 한다. 사연인 즉 신라 왕이 군사를 파견하여 왜군을 공격할 때 강화가 이루어져 이곳에서 흰 말을 잡아 서로 화해를 맹세하고, 그 증표로 죽인 백마를 묻었기에 백마총이라고 한다. 　에도(江戶)로 가는 길목이며 후지산이 멀지않은 곳에 아라이(荒井)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 `금절하(金絶河)`라는 강이 있다. 전하는 말에 조선의 사신들이 돌아갈 때 일본에서 받은 금과 은을 모두 이 강에 던져 버렸다고 하여, 돈과의 절연이라는 뜻으로 금절하라고 불리어 진다. 그 때 강둑에서 구경하던 왜 문사들이 이 광경을 흠모하여 세상에 금과 은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는 시를 읊은 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조선 신사 하늘에서 내려오니 / 찬란한 의관이 신선을 닮았구나 / 　황금보화 팽개치니 수양득도(得道) 많을시고 / 재산 다툼 속인들의 　심금을 울려주는 / 이 궤범(軌範) 적어두어 후세에 전하리라.　교토에 애탕산이 있는데 이것이 왜경의 진산(鎭山)이다. 신라사람 일라(日羅)라는 사람이 여기에서 죽어 그 신령이 있어 사당을 산 위에 세워 신위를 모셨다고 한다.  　`비총(鼻塚)·코무덤`은 교토에 있는 호코지(方廣寺) 부근에 호고쿠(豊國)신사 경내에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유재란 때 장졸들에게 "코 한 되씩을 소금에 절여서 보내라"고 명령했고, "수량이 차면 산 채로 잡아 보내라"고 명했다. 그는 보내온 코를 확인한 다음 시내 북쪽 십리 밖에 높은 구릉을 만들어 묻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1597년 9월 한 달 동안에 전남 장성과 영광에서 보낸 코 1만 4백 개와 진주성 함락에 5만의 조선군이 희생되었으니 그 수량이 대단했다.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숫자라는 말이 있다.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秀賴)가 세운 비석에 `너희들은 죄가 없다. 다만 너의 나라의 운수탓으로…`라고 음각되어 있다. 이 코 무덤의 안내판에는 "도요토미의 명령으로 전공의 표시로 조선 남녀의 코를 베어서 소금에 절여 여기 매장하고 공양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노를 젓는 자는 한 배에 스무 명인데 각기 다른 색깔의 주황, 누런, 초록색 옷을 입었다. 누런 옷에는 검은 무늬, 초록에는 붉은 무늬 따위로 나누고 옷의 등 쪽에는 반드시 검은 색으로 과(過)자가 새겨져 있다. 　국서선(國書船)을 앞세우고 정사·부사·종사관·당상역·상통사와 군관 각원들의 배가 뒤 따른다. 모두 9척이다. 왼쪽을 보자니 오른쪽 경치를 놓칠까 두렵고,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왼쪽이 더욱 기관(奇觀)을 이룬다. 한나절을 배로 가자니 눈에 열이 난다. 세도 내해(瀨戶內海)의 중간 지점 항구 도시인 도모노우라(?浦)는 통신사들이 경치에 매혹된 최대의 명승지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