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포항 등 경북동해안 주민들은 바람이 흔드는 창문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지진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물론 지진 진앙지가 있었던 이곳만이 아니다. 경남과 부산등 동해안의 남동부지역, 대구 등 지진파가 미쳤던 내륙지역에도 공포가 생생하게 남아있다. 2016년9월12일의 지진은 이제 공포의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1978년 지진관측이래 가장 큰 규모였고 많은 인명과 막대한 재산피해, 문화재의 파손 등으로 국민 모두가 충격에 빠졌던 역사적 재난이었다. 아직도 피해복구가 완전히 이루어지지않은 상태에서 지진불안은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 있다. 　이 지진으로 우리국민들이 얻었던 교훈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란 사실과 함께 지진에 대한 정밀한 예측과 방재, 대피준비 및 대피훈련 등이 상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형지진에 대한 뼈저린 교훈에도 불구하고 현정부는 9·12지진 2주년이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않고 있어 `과연 이게 정부냐?`는 의문이 들 지경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정부의 가장 본질적 임무인데도 이같이 무책임하게 지진에 대한 대책을 방기한다면 누가 이 정부를 신뢰하겠는가? 그동안 이 정부가 남북문제나 다른 현안문제에 눈이 팔려 이 문제를 등한시할 만큼 판단력이 모자랐다면 무능한 정부란 질책도 면치못할 것이다. 　경북도가 내년도 지진관련 사업예산으로 국립지진방재연구원설립(사업비2천억원) 용역비5억원,포항국가방재교육공원(1천억원)용역비3억원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않은 것이 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공공시설물의 내진보강사업비 425억원 조차 전액삭감한 것은 지진으로 공공건물이 파손되는 것을 막고 지진재난지역의 대민행정을 원활하게 하기위한 것임에도 이를 인정치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특히 국립지진방재연구원설립은 이번 지진참사를 통해 지진관련 연구교육의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추진된 것인데 진앙지 지역외에 부산 울산이 끼어들어 정부가 눈치보느라 결정을 못하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 사업의 입지결정은 지역민의 표심을 의식해서는 사업을 그르칠 수 있다. 과학적으로 적지를 찾는 것이 백번 합당한 일이다. 지진단층이 몰려있고 과거 지진발생 당시 진앙지가 있었던 곳이나 인접지역이 지진방재 콘트롤 타워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닐까? 이같은 지진방재연구소가 설립되면 현재 부처마다 각 지역으로 흩어져 산발적으로 업무가 집행되고 있는 지진관련 기관업무들이 이 기관으로 모여 빠른 시간에 예측과 대책을 내놓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걸 2년동안이나 끌고도 아직 결론을 내지못했다는 것은 이 정부의 능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게 아닐까.  　지진과 관련한 정부의 무책임한 사례를 또하나 지적한다면 2017년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지열발전과 관련 국가배상책임이 낮다`는 정부내부보고서가 공개된 것이다. 포항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은 세계적 과학권위지인 `사이언스지`에 지열발전이 지진의 원인으로 무게가 실린 논문이 게재된 것을 계기로 정밀조사단의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도 나오기 전에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은 무조건 정부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선 정부의 책임여부 보다 지열발전이 지진의 원인이 되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지진의 원인이 된 것이라면 지열발전을 영구중단해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적어도 내년예산에는 지진방재종합사령탑이 설립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