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양에서 부산 경유 대마도로②　임진 왜란 직전인 1590년 통신사(정사·황윤길)의 부사로 김성일(金誠一·학봉)이 일본에 갔을 때 총견원(總見院)에서 있었던 일로, 도주 소오 요시도모(宗義智)가 주악을 청했는데, 김성일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주악은 관내 연석에서나 도중(途中)에 있어 귀한 객을 접할 때 필요할 뿐, 떠드는 성시(城市) 가운데 예복을 입고 염노(시정배)들 앞에서 하는 것은 아니다. 국악은 여자가 노래를 파는 그런 것은 더욱 아니다"라고 거절했다.  　이 행차 때 김성일은 대마도 고쿠분지(國分寺)에서 잔치가 베풀어졌을 때 주최자인 도주 소오 요시도모가 늦게 도착하였다. 이 때 김성일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통역관 진세운이 말렸으나, 그는 "도주는 어떤 작자인가 해마다 1만 섬의 양식을 조선 조정으로부터 하사 받아 연명하는 자가 아닌가. 그런데 왕의 사신인 우리를 맞이 함에 이런 무례를 범하는 오만에다 의리와 도리를 모르는 자의 술잔을 받을 수 없다"고 일갈하였다. 그러자 도주 소오 요시도모는 늦게 도착한 책임을 물어 애꿎은 가마꾼 네 사람의 목을 칼로 쳐서 동강냈다.  　이 때 퇴장한 사람은 김성일과 서장관 허성(許筬), 독축관 차천로(車天輅) 등 세 사람이다. 김성일이 사간원 정언(正言)으로 있을 때 선조 임금이 "내가 선대 국왕의 누구와 비슷한가?"하고 물었다. 한 언관이 "요순과 같은 성군이다"라고 하자 김성일은 "요순(성군·요임금과 순임금)도 되려니와 걸주(최고의 폭군·걸왕과 주왕)도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임금 면전에서 대놓고 직언도 서슴이 없었다. 　김성일은 일본에서 명나라의 `대명일통지(大明一統志)`를 보고 조선관계 기록이 터무니 없이 졸렬하여 이를 바로 잡아 `조선연혁·풍속고이(考異)`란 책을 지어 왜 문사에게 전할 정도로 민족의식이 강했다. 그는 안동 내앞(川前)에서 태어나 다섯 형제 모두 퇴계 문하에서 과거 시험에 합격했다. 그래서 내앞 오룡·오자등과댁(川前 五龍·五子登科宅)이라 택호를 얻었다.  　신유한(申維翰)은 1719년 통신사의 제술관으로 일본을 다녀와 `해유록`을 남겼다. 이 때 행차에 대마도 도착 후 관례에 조선의 학사들을 공부(公府)로 초청하여 부중(府中)의 문사들과 글을 지어 이야기 하게 하고, 태수(도주)는 구경한다는 것이다. 이 때 신유한이 나가게 되었는데, 왜 역관에게 "태수는 고무래정(丁)자 하나도 모르는 자인데 벼슬이 높고, 나에게 뇌물이 후한 것을 빙자하여 태수 앞에 굽실거리며 절하고, 시와 문을 짓게 하여 상품을 받아 간다면 태수는 임금만큼이나 높고, 나는 조선 조정의 문관으로 오랑캐의 관원에게 총애를 받게 된다. 이 비열한 행동은 내 비위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수치는 본국 조정에까지 미친다. 그리고 내 뱃속에 든 사서(史書)가 백금 한 봉지에 팔려야 된다는 말인가"라고 따졌다. 　이 사행에서 신유한이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바지위에 올려 놓은 허리띠가 없어졌다. 푸른 실로 짠 것으로 은고리와 대모 장도(바다거북 껍질의 장식용 칼)를 달았다. 필시 왜인들 소행이라 수행관에게 찾아보게 했으나 찾지 못했다. 　일본의 외교승인 겐소(玄蘇)가 1589년 왜사(倭使)로 조선에 왔을 때, 오억령(吳億齡)이 선위사(宣慰使)가 되어 접대를 맡았다. 그 때 겐소로부터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내년 중에 명나라를 치러 가는 데 조선에 길을 비켜 달라고 할 것이다"라는 정보를 듣고, 곧 장계를 올렸으나 오히려 민심을 소란케 한다고 조정으로부터 파직 당했다. 겐소는 조선 조정으로부터 두 번째로 관직을 받은 수직도서인(受職圖書人)으로, 그의 `시문집(仙巢稿)`에는 신사(信使) 때의 조선관계 기록이 있다. 겐소는 왜 사신 숙소의 벽에 다음과 같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을 암시하는 시를 써놓고 갔다.　매미는 울기만 하고 / 당랑(사마귀)이 잡으러 드는지 모르네 / 　고기는 놀기만 하고 / 갈매기가 잡으려 드는 걸 그래도 모르네　대마도에 있는 슈젠지(修善寺)는 백제 법묘니스님이 창건하였고, 통일신라시대의 금동불상이 봉안되어 있다. `슈젠지`의 현판은 조선의 명필 김학진이 쓴 것이다. 대마도에는 면암 최익현(崔益鉉)의 추모공원이 조성되었고, 의병장으로 1906년에 체포되어 끌려와 단식 항거 11일 만에 순국하였고, 이 절에 그의 순국비가 세워졌다. 그리고 이예(李藝)의 `학파선생실기(鶴坡先生實紀`에 보면 1401년부터 일본 등 제국을 40여 년간 40여 차례나 외교사절로 과업을 수행한 인물로 대마도에 그의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당시 에도(江戶·도쿄) 막부와의 교섭 창구는 대마도의 이데이앙(以酊庵)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