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양에서 부산 경유 대마도로 ①　임진·정유란이 끝난 지 8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정권을 잡은 지 3년인 1606년까지 조선인 포로 5,720명이나 돌려받았다는 사실이다. 골수에 사무친 통한을 먹음은 채, 그 상흔을 잊지는 않고, 1607년 국교 회복의 길을 터 주었던 것이다.  　조선 조정에서는 강화의 전제 조건으로 ①국왕의 능을 파헤친 범릉적(犯陵賊)을 묶어 보내고 ②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죄 국서를 보낼 것 ③남녀 포로 전원을 쇄환할 것을 요구했다. 이 주장에 무고한 엉터리 범인 두 사람을 묶어 보내와 곧 처형되었다. 그리고 조선 국왕에 사죄하는 국서는 대마번(對馬藩)에서 위조하여 훗날에 국서변조라는 엄청난 음모의 계락으로 이루어졌다. 　임진 왜란 후에 열두 번에 걸쳐 조선통신가가 일본에 파견되었으며, 그 때마다 우수한 학자·문인·화가·의원 등 근 500명을 편성하고, 왕복 사행 기간은 근 1년이 소요되었다.  　사절들은 일본의 많은 문인들과 교환(交歡)하면서 사행록·창화 ·시문·휘호·주련·의담(醫談)·회화 등 갖가지 서지 자료를 남겨, 조선시대를 살아가던 문사들의 숨결이 오늘날에도 일본 땅에서 숨을 쉬며, 그 온기와 체취를 풍긴다. 통신사가 일본에 입국할 때마다 연도와 객관을 찾아 면접을 청하고 필담과 시문 창화, 서화의 휘호를 청탁하면서 문화교류를 촉진하였다. 그 때 일본에서 문사라고 하면 교토 및 가마쿠라 (鎌倉) 5산의 절에서 학문을 닦는 승려들로 이들은 대마도에 있는 이데이안(以町庵)에 윤번으로 파견되어 조선과의 외교 문서를 관장하고, 사행의 접반을 맡았다. 이들로 하여금 교린 외교에 있어 국위를 선양하는 데 문인의 비중이 막중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고, 일본 문화에 여명을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통신사 일행은 대궐에서 왕을 배알하고 세 갈래로 나누어 부산으로 향한다. 이것은 사절의 행렬이 거창하여 나라의 태평을 상징하고 통치의 치적을 보이 려는 것이다. 부산 행로에는 정사(正使)는 중로로 대구를 경유하여 경부선이고, 부사(副使)는 좌로인 경주를 경유한 중앙선이며, 종사관(從事官)은 우로인 김해를 경유한 호남선으로 나누어 행정(行程)을 정했다. 　부산 영가대에서 기풍제를 지내고 두 달 가량이나 머물다, 먼동이 틀 때 출항하면 땅거미가 들 때쯤 대마도에 도착하는 데, 포구에는 쌍등을 밝혀 마중나온 사람들로 소란스럽다.  　1459년 통신사의 부사 이종실(李宗實·이예의 아들)이 일본에서 불전(佛典)을 사여(賜與)하고, 돌아 오는 길에 해상에서 태풍을 만나 배가 전복되어 익사했다. 이후 이 지점을 지나는 통신사들은 숙연히 머리 숙여 묵념을 올렸다. 그리고 1643년 사행 때 역관 한천석이 이곳에서 실족하여 익사했다. 생각만 해도 송연해진다. 일본에서는 사관(使館)의 이름에 모두 사(寺)자를 붙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