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의 정치면을 보면 정치·철학 교과서를 읽는 기분이 든다. 포퓰리즘, 중우정치 또 공화주의라는 단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 470조5000억 원 중 34.5%인 162조2000억 원을 복지와 일자리 부문 예산으로 쏟아 붙겠다고 발표하자 또 다시 포퓰리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의 대명사가 된 나라는 남미 최고의 부유국으로 평가받던 베네수엘라다. 최근 심각한 경제위기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불과 몇 년 전까지 급격한 경제성장을 보이고, 무상복지까지 실현한 나라였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세계 석유매장량 1위인 자국의 강점을 이용해 석유산업을 국유화한 다음, 확보한 자금으로 `그랑미션`이라 불리는 대대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다. 극빈층에게는 무상으로, 서민층에게는 초저가로 임대주택 300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차베스 대통령은 석유를 팔아서 마련한 돈을 무상교육, 무상의료, 각종 연금제도에도 퍼부었다. 하지만 2012년 그가 사망한 후부터 베네수엘라는 경제파탄을 맞았고, 지금은 국민들이 "못 살겠다"며 엑소도스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직접민주주의와 동전의 앞뒷면인 포퓰리즘은 참을성이 없다는 속성이 있다. 직접민주주의 장(場)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엄청나게 팽창, 촘촘해지고 있다. 그리고 현 정권의 탄생에 가장 큰 동력이 된 것은 촛불이란 직접민주주의였다. 그 결과 문 대통령은 대놓고 직접민주주의를 국정 운영의 기조로 표방한다. 하지만 직접민주주의도 지나침을 경계해야 한다. 그것은 민의(民意)가 즉각 반영되는 듯해 시원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치주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최근 김무성 의원은 공화주의라는 단어를 들고 나왔다. 보수의 괴멸에 따른 위기의식에서 나온 말이라 여겨지지만 잘 다듬으면 보수 재건에 도움이 될 듯도 하다. 지금의 포퓰리즘이나 중우정치가 선동가인 소수 엘리트에 의해 또는 몇몇 집단이 수를 앞세워 정치를 이끌어가게 되면 민주주의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 공공의 선을 담보하는 법의 지배 안에서, 시민들이 다른 시민들에게 예속되지 않고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공화주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 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