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가 진실한 사람일까. 누가 인간의 신의를 지키려하는 것일까. 공리공론이 분분한 우리 사회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세상에는 너무 어리석어서 타락하지 않는 이도 있고, 너무 둔감해서 자신이 어둠의 힘들에 공격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이도 있다. 바보가 너무 바보스러운지, 악마가 너무 악마다운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지만 둘 중 하나이겠지. 혹은 신의 모습과 신의 음성 외에는 보지도, 듣지도 않는 정말 고상한 사람도 존재할 수 있지.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바보도 성자도 아니거든.> 소설『암흑의 오지』에서 조셉(조지프) 콘래드가 한 말이다.  콘래드는 아홉 살 때 아프리카 지도를 보며 백인들이 발을 디뎌보지 못한 빈 땅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크면 여기에 가야지, 했다. 결국 꿈을 키워 항해사가 되어, ‘죽음의 숲’이라는 암흑의 오지로 갔는데, 이미 그 땅은 유럽 정복자의 착취의 땅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모기 대군과 싸우고 추위에 떨었고, 길가에 버려진 흑인의 시체가 썩어가는 광경을 보며 밀림을 뚫고 나갔다. 지친 인부들의 반란 기세도 여러 번 그를 힘들게 했다. 콩고강의 귀항 길이 너무도 혹독하여 빈사 상태에 이르며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평생토록 열병과 통풍에 시달려야 했다. 콘래드의 이 체험이 바로 『암흑의 오지』로 태어났는데, 소설의 실제 이야기를 끌어가는 말로우(말로)는 조셉 콘래드가 자신의 체험과 이념을 투영시킨 주인공이자 작가의 분신이다. 말로우는 임무를 수행하려고 콩고강을 헤쳐나가는 동안 쿠르츠(컬츠)라는 천재적 능력가를 만나기를 고대했다. 콩고 출장소 소장인 쿠르츠는 절대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는 암흑의 오지에서,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만큼 수많은 상아를 채집하여 본국 회사에 보내주었으니, 회사로서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보물 같은 존재였다. 쿠르츠는 흑인을 사용해서 상아를 수집하며 신과 같은 추종자가 되어 그들을 지배했다. 거기에서 말로우는 경외감으로 차 있었던 쿠르츠의 가공할 잔인성을 보게 된다. 말로우가 그때의 이야기를 선원들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소설이 진행되는데……. 일행은 불길한 눈으로 강기슭을 바라보며 어두워지는 난바다로 배를 저어갔다. <프랑스 군함이 해안 정글을 향해 끊임없이 대포를 쏘아댔어. 아무 반응도 없는데 적(토인)의 캠프가 있다며 공허한 천지에 포성을 울려댔어. 미친 짓 같았지. 토인들은 침입자들을 막으려고 결사적으로 버텼지. 그들의 자제력, 미신, 혐오, 인내, 공포, 주의니 신념 같은 것은 그들의 굶주림 앞에서는 바람 앞의 겨만도 못한 것이었어. 오래 계속되는 기아의 무서움, 견딜 수 없는 고통, 거기서 나오는 음흉한 생각, 머리를 내리덮는 듯한 우울한 잔인성을 난 알고 있지. 굶주림과 정정당당하게 싸우려면 사람이 가진 모든 힘이 다 필요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정신적인 굴욕, 지옥에 영혼이 떨어져 내려도 굶주림보다는 당하기 쉽지. 쿠르츠는 그곳에서 모든 것을 가지게 되었어. 증기선에 상아를 산더미처럼 쌓아 올렸지. 그는 내 상아, 내 출장소, 내 강, 내……… 하였지. 모든 것이 그의 것이었지. 그러나 얼마나 많은 어둠의 힘이 오히려 그의 숙명에 손을 뻗었는지 그는 몰랐던 거야. 쿠르츠는 흑인의 머리를 말뚝에 꽂아 두어 그 지역을 망쳐버렸어. 자기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있어 자제력이 부족했던 거야. 그의 마음 깊은 곳에 무언가 결핍된 것이 있었던 게야.>  쿠르츠는 자신의 출장소가 토인들의 교화, 개선, 교육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그럴듯한 인도적인 보고를 하면서, 기만과 약탈을 서슴지 않고, 말 안 듣는 토인의 목을 잘라 장대에 꽂아서 효수했다. 비밀리에 보낸 보고서 끝에 <모든 야만인들을 전멸시켜라>는 본심을 토로했다. 그는 결국 자연의 심판을 받아 귀항 선상에서 열병에 걸려 지옥이다! 하고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죽어갔다. 일찍이 그가 그린 유화 스케치의, 눈가림한 채 횃불을 들고 가는 여자가, 바로 자신의 자화상이었다. 자신의 운명을 예견했지만, 탐욕의 진흙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작가 콘래드가 <인간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쿠르츠에게 대자연의 복수를 받도록 결말을 내린 것은 타당하며, 픽션이 아닌 역사적 사실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말로우의 말로 <인간 마음의 탐사>라는 제목을 풀어보자.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이든 할 수 있어. 그 안에는 모든 미래가 모든 과거와 함께 들어있어. 거기에는 세월의 겉옷이 벗겨진 진리가 드러나 있지. 참다운 용기 있는 사내라면 적어도 강기슭에 사는 사람들과 같은 인간으로 돌아가야 해. 자신의 본성을 가지고 그 진리와 대면해야 해. 주의(主義)니 뭐니 하는 것들은 겉에 걸친 남루한 옷이야. 한 번 힘차게 흔들어 버리면 후천적으로 습득한 것들은 단번에 사방으로 날아가 버리고 마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인 신앙이 필요해.>  말로우의 말처럼 죽은 하마 고기 냄새를 맡으면서도 꾹 참고 지내며 오염되지 말아야 하겠다. 거기서 인간을 가장 위대하게 만드는, 사람을 사랑하는 힘이 만들어지니까. * *원제 “Heart of Darkness`를 요즘은 『암흑의 핵심』, 『어둠의 속』으로 번역된 제목이 나오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모두 추출할 수 있다는 장왕록 해설가의 뜻을 따라 『암흑의 오지』를 선택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