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둘레길 바위위에폰으로 녹음을 켜 놓는다　바람이 참나무 속잎 간지럼 먹이는 소리가 들어온다. 건달 같은 휘파람새 소리가 들어온다. 쉴 새 없이 눈알을 굴리는 똑순이 같은 동박새 소리가 들어온다. 딱따구리, 까치, 어치소리가 포롱포롱 날아서 들어온다. 담쟁이 넝쿨이 소나무 기어오르는 소리, 계곡에서 물이 부서지는 하얀 소리, 발자국 소리, 아랫마을 공사장 포크레인 소리까지 들어 와 한가족으로 어울려 저장된다. 불암산 치마 한 자락이 한편의 시로 편집된다.스마트 폰을 닫는다세상이 까마득해 진다　 -최서림 　새로운 감각의 시는 어떤 시일까? 그것은 하나의 소우주로서의 새로운 세계의 창조 일 것이다. 이 시를 읽으니까 칠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를 소재로 한 이태리의 영화 ,`일 포스티노(우편 배달부)`가 생각난다. 그 영화에서도 네루다 시인을 존경해서 그가 떠난 후, 우편배달부 남자 주인공(마리오)은, 시인과의 잊지 못할 추억이 담긴, 바닷가 마을의 파도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교회종소리, 노 삐꺽이는 소리, 뱃고동 소리, 심지어, 밤하늘의 별빛 부서지는 소리까지 녹음을 해, 이것이 바로 시! 라고 네루다에게 보낸다. 시인은 순수한 자연의 소리야말로 한편의 서정시가 아닐까, 하는 암시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이 시에서도 내용은 "불암산 치마 한 자락"에 서식하고 있는 자연의 순수한 소리들을, 스마트 폰에 담아 그것을 시로 형상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적 화자는 폰에다 자연의 소리들을 녹음한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담기는 소리는 물리적 세계의 소리라기보다 시적 자아가 마음으로 듣는 소리들, 즉 시적 이미지로서의 소리다.　"바람이 참나무 속을 간지럼 먹이는 소리" "건달 같은 휘파람새 소리" "담쟁이 넝쿨이 소나무 기어오르는 소리" "쉴 새 없이 눈알을 굴리는 똑순이 같은 동박새" "계곡에서 물이 부서지는 하얀 소리" 등등. 　실제로는 들리지 않는 시적 자아가 상상해서 만든 소리들이다 시인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소리들이, 삶속에서 들리는 문명의 소리들, 즉 사람들의 말소리나 발소리, 포크레인의 소리와 어울려 한 가족으로 어울린다.　새로운 감각의 창출은, 즉 시의 새로운 세계의 창출은 시인들의 끊임없는 탐구적 정신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스마트 폰을 닫는다/ 세상이 까마득해 진다" 우리들이 날마다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스마트 폰이 닫힌다. 그리고 세상이 까마득해지는 순간을, 날마다 경험 하는 현대인들. 스마트 폰!오오, 내 손안에, 시를 만드는 소우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