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한 마디로 `사람 신상에 관한 업무`이다. 그러므로 그 자체로 이미 개인정보이고 프라이버시(privacy) 권리에 직결되는 것이므로 그 취급에 있어 본원적으로 `보안`을 요하는 분야이다.  　보안의 사전적인 의미는 `안전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사보안`은 인사내용이 누설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잘 보호하고 유지·관리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인사에 보안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이른바 깜깜이, 비선(秘線) 인사 등이 되어 `예측가능성`·`투명성`이라는 명제와 충돌한다. 또 인사의 `공정성`이나 `적재적소` 원칙도 지켜지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차원에서 실제 인사에 있어서도 `보안성`과 `투명성`이라는 두 개의 가치를 어떻게 잘 조화시키느냐가 매우 중요해지는 것이다. 　조직에서의 인사 기능은 본질적으로 `보안`이 필요한 관리 영역이지만, 인사보안은 언제나 그 스스로에 `빛과 그늘`이 있다. 어떠한 인사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인사의 만족도는 아무리 잘 돼도 50퍼센트를 넘지 못한다. 특히 조직 내 승진 인사의 경우는 20퍼센트이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래서 인사안이 미리 알려지면 그 시행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종종 인사의 투명성이 고려되어 그 진행 과정이 공개됨으로써 내·외적인 압력이 작용하여 오히려 `공정성`에 흠집이 난 사례도 있다. 더욱이 주요 인사의 보안유지가 안 될 경우는 조직 경영전략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점들에서 `인사보안`은 기본적으로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보안의 명분 아래 위법 또는 부당한 비공식적 요인이 작용했더라도 그것이 은폐될 수가 있다. 또 인사담당자 측의 전횡이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은 인사보안의 어두운 `그늘`이 되는 것이다. 　예전에 1990년대 중반 문민정부가 출범하여 정부조직 개편이 상당한 규모로 이루어진 바 있다. 그 일환으로 과거 C부처와 T부처가 단일 G부로 통합되었다.  　복수의 조직이 하나로 합쳐지면 소속 사업부서들은 존속되는 것이 원칙이나 기획·총무·인사·감사등 공통 지원 부서들은 각자 하나로 감축될 수밖에 없다. 　이 때 이들 각 지원부서의 장을 종전의 어느 부처 출신이 맡느냐 하는 것을 두고 치열한 경합이 일게 된다. 위 통합 G부의 경우도 그 단일 인사계장 직위를 놓고 최종에는 과거 C부 인사계장 K씨와 T부 인사계장 J씨 간에 팽팽한 승부가 벌어졌다.  　둘 다 종전 조직에서 최고 에이스로 평가되던 자들로서 각자 진영의 응원에도 힘입어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결국 장관 면접이 실시되었다.    　장관의 질문은 "인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였다. C는 `공정성과 적재적소`라고 했고, J는 `보안`이라고 대답했다.  　결과는 J의 승리였고 그는 통합 G부의 초대 인사계장이 되었다. 그 장관이 보는 인사의 우선적 가치는 `보안`이었음이 분명하다. 그것은 인사담당자의 제1의 덕목은 `입 무거움`이라는 것이다. 실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사 부문 조직들에서 인사안이 시행되기 전에 미리 새어나가는 사례는 더러 있어왔다.  　청와대 차원에서 취급되는 고위직 등 소위 `굵은 인사`에 있어서도 인사내용 유출 사고가 간혹 일어나곤 했다. 어떤 때는 인사 대상자가 사전에 알고 그에 대처함으로써 혼선이 발생해 발칵 뒤집혔고, 결국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한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인사담당 비서관실뿐만 아니라 관련부서 행정관들까지 조사해 누설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뒤따랐다. 이는 인사보안이 소홀함으로 인한 사고 사례에 해당한다. 또 매우 희소한 예로 최고위직 등 ㅇㅇ의 `지시사항`이라 하여 극 보안을 요구하며 진행되는 인사도 있었다. 그 중 영부인 지시사항이라고 전달해 승진인사를 진행하다가 허위로 밝혀져 도중에 취소된 일은 차라리 해프닝에 가까운 것이다.  　이는 인사의 사실관계가 조작되어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묻혀 넘어가 버릴 수도 있었던 위험한 미수사고 사례에 해당한다. 이처럼 인사보안은 하나의 이름에 두 얼굴을 가졌지만, 인사를 하는 자로서는 `입이 무거워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