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은 학교에서 무슨 공부를 하고 있을까? 우리 글인 한글이나 사칙셈법, 구구단 정도야 당연히 배워야 하겠지만, 아직 우리말의 어휘조차 잘 모르는 꼬맹이들에게 외국어인 영어는 물론 상급 학교 입시준비에 과외수업까지, 조기교육 공부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정말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부모들의 욕심 때문인지?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때, 어린 아이들에게 주입되는 지식과 습성은 평생 한 인간의 인격 형성을 좌우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이 과연 수 백년 전, 조선시대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조선시대, 오륜(五倫)으로 시작하는 `박세무`의 `동몽선습(童蒙先習)`은 요즘의 초등교육 내지 중등교육과정 정도의 교과서에 비유될 수도 있겠지만, 더 높은 지식의 주입에 앞서 먼저 인간의 윤리를 알게 함으로써, 학(學)의 정도가 곧 인격의 척도가 될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러니까, 교육은 지식의 주입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인격의 전수과정 이기도 했다는 얘기다. 물론 세상은 변했고, 사람들의 삶의 방식도 달라졌으며, 습득해야만 할 지식의 종류도 다양화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교육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람답도록 만드는 교육이 거의 간과되고 있는 현행 교육은 분명히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형태의 기록이든, 인류가 유사 이래 지난 2000년간 생산해 낸 지식 정보의 총량이 약 20엑사바이트라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참고로 `엑사바이트(Exabyte)`라는 데이타 단위는 100경을 의미함으로, 전부 2000경 바이트가 된다. 그런데 요즘은 매일 3엑사바이트, 그러니까 하루에도 300경 바이트에 달하는 새로운 정보가 생산된다고 하니, 이제 지식을 머리속에 주입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평생 머리 싸매고 공부해봐야, 태평양 같은 지식 정보의 바닷가에서 단 한 컵의 물에 해당하는 지식조차 머릿속에 담지 못할 것을, 그것 때문에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대부분 시험만 치고 돌아서면 쓸모도 없는 공부를 그렇게도 강요하여 고생시킬 필요가 있을까라는 얘기다. 　거대한 지식 정보의 홍수 속에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또 순식간에, 금방 배운 것이 낡은 지식이 되고 마는 지금, 그 보잘 것 없는 단편적인 지식이나 간판 하나로 평생을 울쿼먹던 시대는 지나지 않았는가? 이제 지식은 머리속에 담는 것이 아니라 소지하고 다니거나, 어느 장소에서라도 필요하면 즉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따라서 미래의 경쟁력은 머리속에 담고 있는 지식 정보의 량이 아니라 정보를 이용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인성(人性)의 바탕위에 지혜를 길러주는 교육이 되어야 옳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제 와서, 그 옛날 내가 외조부님 앞에 꿇어 앉아 익히던 `동몽선습`을 다시 국정교과서로 채택하자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의 도리와 자연의 이치를 깨우치게 하는 교육을 근간으로 하되, 이제 우리 아이들의 영혼을 좀 자유롭게 놓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니까 현대판 동몽선습(새로운 커리귤럼)이 다시 만들어져야 할 시기라는 말이다. 　인성의 배양이나 창의력과 지혜의 성숙은 자유분방(自由奔放)한 사고(思考) 환경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제도교육이나 관습이 오히려 우리 아이들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따라서 사람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이제는 좀 버리도록 하자. 왜냐하면, 사람은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고 되어가기 때문이다. 합리적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를 키워나가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마치 아무도 돌보지 않는 정글의 수목이 훨씬 건강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