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족이 신봉하는 중화사상은 중용을 철학적 표현으로 달리 말한 것이다. 중(中)은 희로애락의 감정이 발로되기 이전의 순수한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마음이 발해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 일컫는다고 했다. 이러한 중화를 이루면 하늘과 땅이 제자리에 있게 되고 만물이 자라게 된다는 것인데, 이는 우주 만물이 제 모습대로 운행되어 가는 것을 뜻한다. 　최근 지구의 모습은 결코 중화의 모습이 아닌 듯 보인다. 지구온난화로 전례 없는 폭염이 올여름 한반도에 몰려왔고 최장기 기록을 갈아치운 열대야는 각 가정에는 전기사용량 기록을 갈이치우기 흔적을 남겼다. 아파트단지의 베란다에는 에어컨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가 밤새 계속되고 그 속에 사는 주민들은 더위에 잠 못 이루고, 소음에 잠 못 이루는 이중고를 겪었다. 그러나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곧 전기요금 폭탄이 집집마다 떨어졌다. 이 대략난감 한 더위에 대한 해법으로 인간들은 에어컨이라는 기계를 주저 없이 선택했다. 에어컨 사회는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일 뿐이다. 이 열대야는 자연이 인간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향해 벌이는 일종의 살육극이다. 자연은 하나의 `균형`인데 그 균형의 인문학적 표현이 바로 `중용(中庸)`이다. 그 중용이 정의·정직·공정·평등의 덕목으로 심화되는 것이고 그 연장에서 인간의 자유도 자연의 중심에 도달하는 것이다. 자연이 곧 자유인 것이다. 　우리는 사소한 불편을 감수하지 못하고 결국 자연을 거스르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만성 미세먼지에, 첨가된 만성 열대야, 그것을 우리는 주홍글씨처럼 품고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을 빛의 속도로 편리하게 분칠하는 사이, 자연은 더 이상 천사의 모습이 아니라 악마의 표정으로 급변 중이다. 성리학자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중용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도 머뭇거림 없이 최대한 빠르게 돌아가야 한다. 차 대신에 걸음으로, 콘크리트 집을 흙집으로, 아스팔트를 흙길로 바꿔는 일을 후퇴하는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야 말로 자유를 찾는 것이요, 자유를 찾고 나서야 중용을 논할 수 있다.  　곧 한여름 사용한, 에어컨을 팡팡 틀어대든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게 된다. 그 고지서가 중용으로 돌아갈 것을 당부하는 자연이 보낸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논설위원 김경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