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무섭다. 지난 21일 봉화서 70대 귀농인이 엽총을 난사해 공무원 2명이 숨지고 민간인 1명도 다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조용하던 시골마을에 날벼락 같은 일이 터진 것이다. 　범인은 경기도 수원서 8년 전 이곳으로 홀로 귀농해 아로니아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이 심해지자 총기 부상을 입은 주민과 다투었으며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 모양이다.  　그러나 범인은 물 부족 상황이 자기 뜻대로 해결되지 않자 사건당일 오전 파출소에 맡겨 두었던 엽총을 찾아 갈등을 빚은 주민을 먼저 찾아가 엽총을 발사해 어깨에 총상을 입혔다.  　이어 자신의 승용차를 몰아 면사무소로 달려간 범인은 `손들어`라고 외친 뒤 일면식도 없는 30대, 40대 민원실 공무원 2명을 겨냥해 엽총을 난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마침 현장에 있던 민원인이 범인에게 달려들어 쓰러뜨려 제압하면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유명을 달리한 두 사람은 모두 동료들이 칭찬하는 모범 공무원이었다. 40대 민원계장은 고향이 바로 소천면이라고 한다. 공무원 생활 초반 고향서 근무한적이 있는 그는 계장으로 승진, 이달 초 부임해왔으며 같은 공무원인 부인과 아들은 대구에 있어 주말부부라고 한다. 30대 주무관은 4년 전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앞길이 창창한 공무원이다.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한 가족들은 믿기지 않는 죽음에 오열을 하다 쓰러지기도 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되돌릴 수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엽총 난사 사건의 동기는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받아드리기 어렵다. 물 부족으로 화가 난다고 총기를 들고 이웃을 향해 쏘고 면사무소를 찾아가 공무원을 무차별 살해한 것은 정상참작의 여지가 전혀 없다. 주민에 이어 면사무소까지 찾아가 총기를 발사 한 것을 볼 때 이번 사건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경찰도 이번 사건이 범인에 의해 계획된 범행이라고 밝힌 만큼 수사를 통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범행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경찰의 대응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주민을 향한 1차 범행 후 신고를 받은 경찰이 2차 범행을 막기 위한 범인의 행적 파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선량한 공무원의 희생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유해조수구제용 엽총이 사람 잡는 흉기가 된 이번 사건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총기관리는 일선 파출소에 맡겨둔 엽총을 꺼내 이처럼 용도 외 다른 목적으로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의 총기관리 방식에 문제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 이 같은 총기사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 먼 나라 일로만 생각했던 총기 살인사건이 이제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했을 것이다.  　유해조수를 잡는 엽총이 사람 잡는 흉기가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총기관리 문제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비례해 증가하는 노인 범죄문제에 대한 경각심도 낳았다. 　요즘 노인들은 70세가 넘어도 체력적으로 정정하지만 자신의 불만이나 분노를 다스리는 능력은 오히려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노인들의 강력범죄 증가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무고한 공무원의 목숨을 앗아간 봉화 엽총 난사 사건은 또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속에 서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세상이 무섭다는 두려움을 갖고 사는 세상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