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생활의 기본인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을 약칭하여 의식주(衣食住)라 한다. 이 의식주란 말을 식의주 혹은 주식의, 주의식이라 말하지 않고 의(衣)을 앞세워 의식주라 말하는 것은 왜 그럴까? 그냥 예사로 듣고 넘길 수 있겠지만 의를 앞세운 것은 먹는 것과 거주하는 것보다 의생활을 중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 옷차림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며, 옷차림은 예를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의 넓은 의미는 질서의 원리를 나타낸다. `좌전`에 `예는 나라의 줄기이고(禮國之幹也), 우리 몸의 줄기라(禮身之幹也)` 했다. 예는 나라에 있어서는 몸뚱이에 해당하고, 인간에게 있어서는 등뼈와 같이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오늘날과 같이 무더운 날씨가 계속될 때는 가정에서 정장 차림을 하지 않고 간편한 복장으로 편안하게 지내기 쉽다. 이럴 때 갑자기 손님이 방문 벨 신호를 울린다면 급하게 문을 열기에 앞서 먼저 옷을 고쳐 입는다. 옷차림을 단정히 하여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전래의 규범적인 예의 표현행동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어느 날 그의 아내인 크산데이페가 축제일의 행렬을 구경하고 싶어서 남편에게 입고 갈 옷 때문에 투정을 하였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나가려면 평상복 차림으로 외출할 수 없어서 입고 나갈 마땅한 옷 때문에 불편스러운 말을 하였던 것이다. 그것을 들은 소크라테스는 시치미를 딱 때면서 "당신은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보이고 싶어서 나가는 모양이네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은 옷차림을 하는 동기가 남에게 비쳐질 인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옷차림을 단정히 하는 것은 그 사람의 품위와 인격에 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싶은 욕구와 관계된다. 　`논어` 옹야(雍也)에서 공자는 예의 형식적 측면도 중요시하여 "질(質)이 문(文)을 이기면 야(野)하고, 문이 질을 이기면 사(史)하니 문과 질이 고루 갖춰진 연후에 군자가 된다(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라고 하여 군자의 옷차림은 문과 질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라 했다. 　여기서 질이라는 것은 본바탕을 말하고, 문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외관을 말하다. 또 사라는 것은 겉치레만 잘 함을 말하는 것으로 바탕과 겉차림이 잘 어울려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바탕이 겉차림보다 두드러지면 야하게 되고, 겉차림이 바탕보다 두드러지면 형식적인 것이 된다고 하여 이 둘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구시대의 쓸모없는 말이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어라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옷차림이 바탕과 어울리지 않아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정적 시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더러 볼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각인 각태의 옷차림이 가도를 채우는 아지랑이가 되고 있어서 참으로 보기 좋은 세상이라고 말할지 모르나, 스스로 옷깃을 여미어 보는 단속이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며, 특히 자라는 자녀들에게도 바른 옷차림을 알 수 있도록 지도하여 품격을 가꾸어 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타인의 이목을 두려워하여 옷차림의 주관을 고치는 시류가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옷차림은 그 차림을 바라보는 객인으로 하여금 품격을 가늠해 보는 자극이 됨으로 옷차림에 있어서 질과 문과 사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은 문화시민의 품격관리에 관한 필요조건이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