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희망으로 보일 때　어리석은 사람들은　집을 담보로 잡히고서라도　끝까지 간직하려고 애쓰겠지만　　또 이것이 불만으로 보일 때　똑똑한 사람들은　밤을 새우더라도　끝까지 씹으려고 덤비겠지요　　그러나 이것이 밀가루 빵으로 보일 때　사람들은　제조한 날로부터 사흘이 경과되면　대체로 상하기가 쉽다는 걸 알게 됩니다　희망에 대해서도　불만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이세룡　 　시인은 `묵비권을 행사하는 사물의 변호사`라고 말한 시인이 이세룡 이다. 우리들은 사물을 볼 때 본질 보다는 눈에 보이는 사물의 껍질만을 보고 말한다. 　가령 바다, 성냥, 빵, 사랑을 말할 때도, 함부로 관습화되어 있는 바다, 성냥, 빵, 사랑이라고 쉽게 말한다 그러나 세상의 사물들은 침묵 속에서 완강히 버팅기며 우리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잘 들려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물을 설득하고 사물의 소리를 잘 듣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삶에 대한 고민과 깊은 성찰이 중요하다. 시인이 아니라도 사물을 먼저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 내가 사물과 똑 같은 자리로 달려가서 그 사물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그 사물과 마음을 툭 열고 마음의 대화를 나눌 때, 사물 쪽에서 내 말을 들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사물의 본질을 찾는 일은 지난한 일이라서 시인은 늘 긴장 속에서 암중모색 하는 게 아닐까. 　이시에서도 시의 화자는 `빵`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삶에서 `빵`은 가장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육체적인 양식은 빵이지만, 정신적인 양식은, 예술 혹은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것이 인생이다. `빵이 밀가루`로 보일 때는, 제조한 날부터 사흘이 지나면 빵은 부패하기 쉽다(우리의 육체도 마찬가지다)는 물질로서의 빵의 본질을 말한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빵에 대한 `희망`과 `불만`이라는 관념의 세계도 함께 알게 되는 것일까? 　"이것이 희망으로 보일 때/어리석은 사람들은/집을 담보로 잡히고서라도/끝까지 간직하려고 애쓰겠지만", 여기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시구에서, 사물의 본질을 잘 간파하지 못 할 때 우리는 불행해 질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일상 속의 우리도 사물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본질을 알기위해서는, 사물들의 속사정, 과거 까지도 함께 알려고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이 시는 고정관념의 관습에 물들어 있는 일상인에게, 좀 더 새롭고 좀 더 진지하게 사물을 통찰 할 때, 본질도 보이고, 그 때 희망도 불만도 우리의 것이 됨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