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10일 국민청원에 게시된 개 식용 문제를 놓고 가축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한국인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로써 `강아지`라는 인식이 굳어진 개를 키우는 만큼 이에 따른 신분을 향상시켜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른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음식 중 하나인 `보신탕` 등을 취급하는 식용견 사육 농가는 약 5천여 곳이 넘는다. 청와대가 도살이 가능한 가축에서 개를 제외시키겠다는 취지의 답변은 사실상 이들 농가의 생계를 빼앗겠다는 취지와 다를 바가 없다. 실제로 청와대의 이번 답변에 식용견 사육 농가는 동물보호단체의 입장에만 치우친 답변이라며 분개해 했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이 문제일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반려동물 문화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후진국`에 가까운 나라다. 최근 발표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해 평균 버려지는 유기견은 6만여 마리에 이른다. 지난 2013년 6만 2119마리, 2014년 5만 9180마리, 2015년 5만 9633마리 등이 아무렇지도 않게 주인으로부터 버려졌다. 버려지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나열하면 ▲병에 걸려서 ▲말을 듣지 않아서 ▲휴가때 데리고 갈 수 없어서 등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유기견 보호소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통해 열흘간 주인을 찾는 공고를 내는 등 주인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주인이 나타나는 경우는 고작 20%에도 못 미친다. 남은 버려진 애완견들은 병이 심해져 사망하거나 약물에 의해 안락사 된다. 과거 잔인한 도살방법으로 개 식용을 해왔던 것과 달리 전기 쇼크(?) 등으로 이뤄지는 현재의 개 식용 방식과 비교하면 주인으로부터 버려져 안락사 돼 아무렇지도 않게 화장되는 현실 역시 잔인하기는 마찬가지다. 개를 반려동물로서 확실한 입지를 굳힌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독일은 개를 키울 경우 등록세를 물려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대우를 하고 있다. 영국도 개를 키우기 위해선 법원의 허가를 받는 등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심지어 가까운 중국에서도 복잡한 절차와 만만치 않는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 마리의 애완견을 기를 수 있다. 반면 유기견에 대한 견주의 강력한 처벌이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선 청와대의 이번 발언은 오히려 더 많은 유기견을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청와대는 개를 가축의 범주에서 제외시키기 전에 반드시 유기견을 예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