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면서 경계해야 할 것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에 이른바 `3노`(老)가 주로 꼽힌다. 노욕(老慾)·노추(老醜)·노망(老妄)이 그것이다. `노욕`은 말 그대로 늙은이의 욕심이고 노추는 늙은이의 신체적·정신적 추한 모습이며 노망은 늙어서 부리는 망령으로 치매증세도 이에 해당한다.  　인생 100세 시대에 조직인으로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노욕`(老慾)이 아닌가 싶다. 늙은 사람이라고 욕심도 없으란 법은 없으므로, 노욕의 의미는 `노인이 그 나이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부리는 욕심`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정착생활의 농경사회에서는 경험이 가장 중요했으나 오늘날 유동적인 산업사회에서는 변화에 적응하는 탄력성이 보다 중요하다. 예전의 명예나 이권(利權) 따위를 세월이 지났음에도 취하려는 것이 `노욕`이요, 추억만을 먹고 살고자 하는 것도 다름 아닌 `노욕`이라 할 것이다.  　송나라 때의 시인이자 관리였던 주익(朱翌)이 인간이 제대로 살기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계책으로 제시했다는 `인생오계`(人生五計)라는 것이 있다.  　그 첫째가 생계(生計)로서 심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 신계(身計)는 스승·교우 등 관계처신을 잘 하는 것이며, 셋째 가계(家計)는 가정과 자손을 잘 다스리는 것이고, 넷째 `노계`(老計)는 노년의 처세를 잘 하는 것이며, 마지막 사계(死計)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노계`는 늙어가는 것을 어떻게 잘 받아들여 자녀·가족·후손 등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자립하여 의미 있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다. 후인들이 주역이 된 사회에 계속 머물려는 것이나 과거의 권익을 다시 움켜쥐려는 것 등은 `노계`를 그르치는 것이다.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J. Washington)은 독립전쟁 후 왕이 되어 달라는 국민 여망을 마다하고 세계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이 되었다. 3선 요청도 사양하고 재선으로 위대하게 마무리했다. 그 초대 대통령의 솔선의 권력이양은 미국 후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모범이 되었다. 　그는 65세에 퇴임해 귀향했으나 다음 해 프랑스와의 전운이 짙어지자 다시 총사령관에 임명되었다. "내 몸에 남은 모든 피를 조국에 바치겠다"라며 수락했지만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죽은 뒤 사흘 되기 전에 묻어달라고 한 그의 유언장에서도 아름다운 마무리는 빛이 났다. 　그런데 그 워싱턴 이름의 `조지 워싱턴대학`(George Washington University)을 졸업한 이승만 대통령은 4선까지 `노욕`을 부리다가 4·19로 쫓겨났다.    　한편으로 나이 자체와 달리 건강하고 열정이 더한 경우도 있고 노익장(老益壯)이란 말도 있다. 그러므로 실제에 있어서 어떤 것을 `노욕`이라 할 것인지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상대적이라 할 것이다.  　워싱턴이 퇴임한 뒤, 프랑스 전쟁 대비 66세에 총사령관에 임명된 것은 노욕인가? 한국전쟁 당시 이미 70세이던 맥아더가 인천 상륙작전 후의 승리에 취하고 독선에 빠져 중공군에 패했다고 한다면 이는 노욕 때문인가? 조선의 명재상 황희의 노년 20여 년의 정승행적은 노욕과 무관한 것인가? 　이처럼 노욕의 실제 판단은 쉬운 것이 아니지만 민심의 소리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노욕에 젖은 자는 말이 쓸데없이 많아지기 십상이며 이로써 문제는 가중된다. 이 무용(無用)의 `다변`(多辯)은 모임을 망치고 후배들이 멀어지게 한다. 　그리하여 사람이 점차 떠나고 고독은 깊어지게 된다. 그에 따라 서운함도 더해져 마침내 노욕은 `노욕`(怒辱)이 되는 것이다.    　실로 `노욕`은 그것이 노욕임을 인정하지 않는 데 근본 문제가 있다. 그래서 집안이나 조직에서도 노욕은 불통의 뿌리가 되고 발전에 해를 끼친다. 또 그간에 쌓인 개인적인 명예도 사라지게 한다.    　조직은 영원하고 구성원은 유한하다. 조직에서 떠난 오비(OB:old boy)들은 오비(OB:out bounds)권 밖에 머무르는 자들이다. 오비 밖에 있는 자는 자문은 할 수 있어도 필드에 들어와 직접 게임을 해서는 아니 된다.    　시인 고 조병화의 시 `의자` 중 한 구절이 생각난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