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불국동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불국실내체육관 건립 사업이 시의원들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는데, 시의회가 반대 이유 중 하나로 불국실내체육관이 한수원 직원들만을 위한 시설이 될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이유를 들었다. 지난 7일 경주시의회는 제235회 임시회를 열고 불국사 숙박단지 내 가칭 불국실내체육관 건립을 위한 예산 증액을 주요골자로 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 이날 의원들은 당초 지상 1층 규모에서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규모를 확장하면서 사업비 39억원이 증액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는데……. 무엇보다 시의원들은 불국동 인구가 적어 해당 시설이 건립될 경우 이용률이 저조할 뿐 만 아니라, 사업 예정지 인근에 한수원의 사택이 있어 특정기업 직원들만을 위한 체육시설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다시 말해 인구가 고작 1만명 수준인 동네에, 그것도 한수원 직원들을 위한 시설을 짓는데다, 경주시민의 소중한 혈세 39억원을 쏟아 붓기 싫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집행부인 경주시에게 남은 선택지는 원안대로 1층 규모로 사업을 축소해 태권도 동계훈련장 용도의 시설을 짓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게 된 셈인데……. 뭐 어찌 됐건 경주시민 입장에선 인구 1만명 밖에 안되는 동네에다, 그것도 한수원 직원들만을 위한 체육시설을 짓는데 들어갈 소중한 경주시민의 소중한 혈세 39억원을 아끼게 됐으니, 이들 의원들의 소신 있는 결정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들 의원들의 주장대로라면, 한수원 직원들은 경주시민이 아니라는 소린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속담이 이 상황에 딱이지 싶다. 한수원 본사 이전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05년부터 경주로 유입된 한수원 직원들은 차치하더라도, 한수원 본사가 경주로 공식 이전한 2016년 3월부터 최근 2년 6개월 동안 경주에 전입신고를 한 직원만 수천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한수원 본사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진현동과 시래동을 포함해 학령기 자녀들이 있는 직원들의 경우 도심권역인 용강동과 황성동에도 거주하고 있다. 당연히 이들 대부분은 경주시에 정상적으로 전입신고를 한 정상적인 경주시민이다. 그런데도 시의회가 한수원 직원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 수 없다고 하니, 반대 이유로 꺼내놓기에는 다소 황당하다. 경주시의회가 이번 회기를 통해 경주시민의 혈세 39억원은 아꼈는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경주시민들의 소외감은 더 키운 게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