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수박　수다스런 수박　`씨없는 수박의 세상`이 확실하다 싶으면 목　구멍에 아무것도　걸릴 것 없어 편해야 옳지만　심어도 싹 나지 않을　씨알머리 없는 씨가 아직도 판을 치는　수박　　손바닥에 일일이 씨를 뱉어 음식물 찌꺼기통　에 버리는 노역은　마뜩찮은 일　하지만 가족들은 각자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성실히　아주 착하게도 열심히　수박 속을 비우지　　쪼그리고 앉아서 씨를 파내는 독경篤敬또는 　독경讀經 난해한　문장들일랑 대충　입술 건너뛰고　끈끈한 타액 흥건히 게걸스럽게 그지없지　　수박 속 덩그런 빈터에 원형극장 황홀한 한여 　름 밤의 무대를 들어앉히고　단내 나는 인생3막5장 야심 찬　생애를 연출해낼 꿈에　들뜬 사람들　수박의 문을 그런데 어떻게 열 것인가　결국 열릴 수밖에 없는 단물 흐르는 수박의 집　(생략)　 - 김영찬 　"세상은 수박/수다스러운 수박" "단물 흐르는 수박의 집" 수박을 통해 세상을 풍자한 재미난 시다. 여름밤과 수박, 이 무더운 여름 밤, 가족과 함께 "덩그런 빈터에 원형 극장/황홀한 여름밤의 무대" 평상에 둘러앉아 시원한 수박을 먹는 풍경은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삶의 재미고 모두의 소중한 추억이다. 　가족끼리 둘러 앉아 무더위를 식히며 수박을 먹는다. 도란도란 아이들은 희망을 이야기 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희망을 밤 하늘에 박는다. 　수박을 먹으며 추억을 먹으며 아이들은 자라고 모두가 씨 하나씩 품고 고달픈 생활은 익어 간다 평상에 둘러 앉아 수박을 먹으며 누가 씨앗을 멀리 보내나 마당으로 수박씨앗을 뱉던 때가 우리에겐 있었다 아름다운 한 캇트의 풍경처럼. 요즘은 씨 없는 수박도 있다. 씨 없는 수박은 씨앗이 없어 먹기엔 편하다.  　그러나 "심어도 싹 나지 않을/ 씨알머리 없는 씨가 아직도 판을 치는/수박" 그렇다 현실 풍자다. 씨앗을 빼앗겨 버린 수박과 같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편리성을 위해 자꾸 잃어 가는 것들이 많아졌다. 　시인은 수박을 통하여 씨앗 같은 정신을 잃어버린 현 사회를 탓하면서도 여러 상상으로 세상을 유희하고 있다 세상은 심은 대로 거둔다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인생이다.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부조리가 된 세상이다 우리는 유전자를 조작한 생물을 먹어야만 하고 이 땅의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못 읽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편의 시 안에 인생3막5장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불려들어 형상화 한 꽃밭을 연상 시키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