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정은 신라의 명장 김유신 장군의 옛 집터라고 전해지는 곳이다. 삼국통일 시기에 집을 떠나 밤낮으로 전장에 있던 김유신이 또 다시 백제군을 물리치고자 전쟁터를 가던 중 자신의 집을 지나면서도 들여다보지도 않고, 단지 부하에게 재매정 물을 한 그릇 떠오게 하여 마시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전쟁터로 떠났다는 전설이 있는 집터이다. 여기에는 아직도 첨성대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재매정이라는 우물이 남아 있으며 재매정 뒤안길에는 황리단길의 역사가 흐른다.  　여기는 현재 천마총 앞 황남초등학교 도로의 남쪽 일대를 말하는데 과거에는 이곳이 경주의 중심되었던 곳이다. 황남의 터줏대감이라고 할만한 주민들이 대를 이어 조그마한 동네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문화재청에서 신라 유물이 많이 발견되는 지역이라고 지정해서 문화재 보존 지구로 결정을 한 후 수십 년 동안 땅을 묶어 두어 개발을 제한해 두었다가 발굴을 이유로 불과 몇 년 전에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기 시작했다. 대상 주민들은 대대로 살아오던 터전을 말도 못할 싼값으로 정부에 매입 당하고 강제 퇴거된 지역이다. 이런 까닭으로 한 동네에서 서로 담을 이웃하며 살던 일가붙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산가족이 되었다. 　이산가족이 되긴 했지만 비슷한 처지에 같은 동네에 살았기에 형제처럼 돈독하여 서로간의 마음은 오히려 더 진하게 맺어져서, 그후 만들어진 남정회(南井會)라는 모임은 40년이 넘어 해가 갈수록 단단히 여물어지고 있다.  　재매정 바로 뒤 ㄱ자 기와집(필자 집)을 중심으로 감나무 골목길에 탱자나무가 줄지어 담을 이루고 있었다. 탱자가 누렇게 익을 때면 동네 꼬마들은 바지도 입지 않고 앞 도랑에 미꾸라지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때 쯤 한가한 농촌에 경운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꼬마들은 처음 보는 경운기가 신기하여 붙잡고 따라다니기를 무척 좋아했으며, 운전석 뒤의 짐칸에 아이들이 태우고 동네를 한 바퀴 돌 때면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퀴 달린 것이라고는 처음 타 보았으니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앞 도랑에 잠자리, 탱자 숲에 여치 소리 들으며 자연을 벗 삼아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 당시 삼화 건축 정문복 사장은 기계를 잘 만지는 탁월한 재주꾼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16세)부터 경운기를 마음대로 몰고 다니며 동네 아이들을 태워주곤 하였다. 황남의 정기를 받아 자란 사람들이 많지만 대표적인 이가 현재 미국 경제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주희찬(朱喜燦) 미국은행(Bank of America) 뉴욕 본사 전무이사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BOA는 세계 제1일의 은행으로 현재 40대 중반의 주 전무는 미국 경제의 선도적인 일을 하고 있다. 그가 20대였을 때 경제 위기(IMF)를 맞았을 때에 모국을 위해 수많은 달러의 차관 지원에 큰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주 전무의 아버지는 황남초등학교 졸업생(10회)으로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주한수 교수이다. 이 외에도 같은 마을 출신으로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이 많다. 　현대병원 김종원 원장, 서병길 변호사, 강창준 재미 과학자. 예술가로써 동국대 미술과 김호연 교수가 이곳에서 젊음을 살찌웠고, 언론계에서는 동아일보 최정욱 부장이 서울에서 동분서주 활발하게 뛰고 있다. 최부장은 경주 2대 시장이신 주재호 선생의 친 외손자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인재들이 곳곳에서 묵묵히 활동을 하고 있다. 　문화재 발굴이라는 명목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없어질 뻔했던 마을이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황리단길이란 이름이 붙여지고 이제 경주에서 빠질 수 없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이렇게 동네는 없어졌지만 재매정 우물의 흐름은끊이지 않고 흐르고 있다. 황남의 맥을 이어주는 곳이 바로 재매정이다. 이 우물은 황리단길의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맑게 샘솟고, 힘 있게 흐르며, 지난 날 뒤안길을 구름에 싣고, 천마 타고 지구촌 끝까지 뻗어나게 하는 용솟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