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Jean-Paul Sartre)는 "인생은 B와 D사이에 C"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뜻인즉 출생(Birth)에서 죽음(Death)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선택(Choice)들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선 새로운 해석까지 등장했는데, C가 선택(Choice)이 아닌 선거(Campaign)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삶과 죽음 사이에 오로지 선거만 있다는 이야긴데, 지난 6·13지방선거를 놓고 보면 과히 틀린 말도 아니다. 지난 경주시장 선거에서 A후보는 어쩌구 저쩌구, B후보는 어쩌구 저쩌구. 이처럼 글을 쓸 때 유명 인사의 명언을 인용하면 글의 가치는 높아진다. 하지만 반대로, 명언을 잘못 인용하면 어떻게 될까? 죽음이라는 뜻의 Death를 Dess라고 쓴다던 지, 선거라는 뜻의 Campaign을 Kampain이라고 잘못 쓴다면, 오히려 글의 가치는 떨어지게 될 뿐 만 아니라 후술하는 글의 신뢰도 마저 추락하고 말 것이다. 경주시의 영문 홈페이지가 딱 그 짝이다. 경주시가 운영하는 영문 홈페이지를 살펴봤더니, 먼저 지역음식(Local Food)을 소개하는 웹 페이지에서 ‘East Sea Sashimi’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사시미(sashimi)는 생선회를 일본어 발음 그대로 옮겨 놓은 영어 표현으로, 경주를 대표하는 지역음식을 소개하는 표현으로는 적절치 않다. 독도를 소개하면서 다케시마(Takeshima)라고 번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우리식 표현인 ‘회’를 발음 그대로 옮겨 놓은 ‘hoe’라고 표기하거나, 살아있는 생선이라는 뜻의 ‘raw fish’라고 표기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번역 오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역 특산물(Local Specialties)을 소개하는 웹 페이지에는 경주의 대표적 먹거리인 황남빵 사진과 함께 ‘Hwangnam Cake’라고 표기했는데, 이것 역시 잘못된 표현이다. 황남빵은 발음 그대로 `HWANG NAM BBANG‘이라는 영문상호를 등록했고, 실제로도 `HWANG NAM BBANG‘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 경주시가 굳이 ‘둥글고 납작하게 만든 빵’이라는 뜻의 ‘cake’이란 표현을 써 외국인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면 ‘Hwangnam Bbang cake’이라고 표기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렇듯 확인된 번역 오류만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대로 된 검수기능이 있었는지 의구심 마저 드는 실정이다. 민선 7기를 맞은 경주시가 ‘한국의 로마’라는 청사진을 갖고 경주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가장 먼저 경주를 부끄럽게 하는 영문 홈페이지부터 싹 다 뜯어 고치는 게 일의 순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