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은 여러 경로로 형성되는 것이다. 선열의 행적에 대한 학습, 국가대항 스포츠 경기대회, 외국여행을 통한 비교 등 나라사랑이 움트는 계기는 다양하다. 이렇게 생긴 애국심을 재확인하도록 하는 의식 중 핵심이 국기에 대한 예(禮)일 것이다.  워싱턴(D.C.)에서 일 할 때다. 9학년(highschool 초년으로 한국기준으로는 중3에 해당)인 아들이 집에서 뭘 중얼대고 있었다. 미국의 ‘국기에 대한 맹세’(Pledge of Allegiance)였다. 미국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암송한다는 것이었다. 그 맹세문과 실시방법은 미합중국 법전 제 4편 제 1장(USC Title 4 Chapter 1) 등 및 그 시행령(Executive Order 10834)에서 규정하고 있다. 맹세문은 “I pledge allegiance to the Flag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o the Republic for which it stands, one Nation under God, indivisible, with liberty and justice for all." (나는 미합중국 국기와 그 상징하는 이 나라에 대한 충성을 맹세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아래 하나이고 나누어질 수 없으며, 모든 이를 위한 자유와 정의의 나라입니다)이다.    실시방법은 “서서 국기를 바라보며 오른손을 윈 쪽 가슴에 얹고 암송하되, 제복 아닌 모자는 벗어 왼쪽 옆구리에 끼며, 제복차림인 때는 침묵으로 거수경례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맹세는 학생들의 ‘애국심’ 교육 차원에서 비롯되어, 대학교를 제외한 각급 공립학교가 주(state) 법에 의해 교실에 국기를 비치하고 학생들이 아침마다 암송하도록 하며, 사립학교는 주에 따라 선택 또는 정부 보조를 받는 경우에 하도록 하고 있다. 그 기원은 1892년 침례교 목사 벨라미(F. Bellamy)가 국가교육협의회(National Educational Association)의 교육 감독위원회 의장으로서 최초로 작성, 공립학교의 콜럼버스 400주년 기념행사 국기게양 시에 사용하도록 한 것이 처음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1954년 연방의회가 법으로 규정한 이래, 현재까지 공식적인 애국서약 및 공공기도문이 되고 있으며, 당시 가톨릭 보수 단체인 콜럼버스기사회(Knights of Columbus)의 요구로 “under God" 문구가 추가되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종교적인 이유 등과 관련하여 합헌성 논란이 있다. 또 초기에는 교사 지휘로 했으나 일부 종교적인 반대 및 판결(US Supreme Court, 1943)로 법적인 강제가 금지되어 현재는 교실 스피커에 따라 각자 자율적으로 서서 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리고 종래에는 25개주만 실시했으나, 2001년 9.11 테러이후에는 40개주 이상이 실시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에서 연방기관, 주 및 지방정부가 국기관련 의식(flag ritual)을 할 때 이 ‘맹세’를 하느냐 여부도 선택사항이다. 연방의회(US Congress), 상당수의 주 의회 및 지방정부 의회(councils) 등 주로 입법기관이 하며, 집행부 기관은 논란사항을 고려하여 실시하는 사례가 드물다. 사회 보수단체들은 대부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국기 존경은 남다르다. 그 훼손 등에 대한 벌칙도 물론 있다. 나라 장례인 국장(國葬) 때의 조기 게양을 한국처럼 기폭만큼이 아니라 깃대 중간 아래에 내려 달며, 게양 기간도 한국보다 훨씬 길어 고인이 전·현직 대통령인 경우는 한 달이다. 국장(state funeral) 업무 소관도 한국이 행정안전부인 것과 달리 미국은 국방부(Defence Department)이다. 이처럼 군사대국 미국의 국기 존엄을 포함한 애국심 관리는 상당히 철저하다. 얼핏 개인주의에 입각해 모두 제멋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군 유해의 송환에 그렇게 정성을 쏟는 것도 그 맥락이 있다. 근자에는 애국법(Patriot Act, 2001)이란 것도 생겼다가 최근에 폐지된 바도 있다.  미국 생활 첫 여름방학 때 가족이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 관광을 갔다. 그 엄청난 장관을 체험하고 나오며 아들이 한 말이 생각난다. “아**, 우리나라는 머리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네!” 그 때는 놀랍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절로 우러난 아이의 애국심이 그 후 삶의 동력으로 충실히 연결되지는 못한 것 같다. 그의 국기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를 봐도 그렇다. 자생적인 애국심이 어떤 표상 앞에서 재정립, 체화(體化)되도록 하는 일은 부모와 국가의 책임이다.  지난 세기 이스라엘에는 해 지는 광야에 홀로 서서 눈물 흘리며 결의를 다짐하는 소년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고 한다. 그런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  국가상징에 대한 개인 차원의 양심적·종교적 입장은 자유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교육은 그 방향성이 뚜렷해야 하고 또한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