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기세가 무서울 정도다. 벌써 2주 가까이 전국을 달구고 있는 가마솥 더위는 전 국민을 지치게 만든다. 40도를 넘는 기록적 더위로 온열 질환자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폐사하는 가축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무더위 속 들려오는 안타까운 사고 소식들은 우리들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여러 사건 들 가운데 지난 17일 경기도 동두천시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 발생한 4살 먹은 여자아이 사망소식은 정말 믿기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라고 할 수 있다. 　9인승 통학 버스 차량에서 4살짜리 여자아이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인솔교사나 운전기사가 확인하지 않는 바람에 7시간 동안 폭염 속 차량에 갇혀 있다 참변을 당한 이 사고는 전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어린이집 도착 후 아이들이 다 내렸는지 인솔교사나 운전기사가 뒷자리로 눈길이라도 한 번 주었더라도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이런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60대 운전기사는 어린이집 통학 차량운전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내렸는지 확인하라는 지시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출근한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인솔교사도 자신이 태워온 아이들이 다 내렸는지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이집 담임교사도 숨진 아이가 출석하지 않은 것을 알았지만 학부모 참관 수업 준비로 바빠 부모에게 연락하는 것을 미루다 오후가 되어서야 부모에게 연락을 하였다고 한다. 　결국 아침에 아이가 통학차량을 타고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깜짝 놀라 황급히 차량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아이는 숨을 거둔 뒤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가 도착하지 않은 것을 알고 어린이집에서 바로 부모에게 연락을 했더라면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전해지는 사고 과정을 들여다보면 너무 어이없어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이번 사고는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안전불감증과 기본수칙 조차 소홀히 한 부주의가 빚은 인재라고 밖에 할 수 있다. 　정부는 어린이집과 보육시설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높아지자 대통령까지 나서 담당부처에 사고 근절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마침내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어린이집 사망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마련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복지부는 올해 12월까지 전국 4만여개 어린이집 차량 약 2만8000대 내부에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슬리핑 차일드 체크)` 설치를 독려한다고 발표했다. 　이 장치는 차량운전자가 시동을 끈후 맨 뒷좌석의 벨을 눌러야만 경광등이 꺼지는 시스템으로 현재 광주교육청에서 583대, 용인시에서 200대, 교육부에서 500대 등이 시범 운영 중이라고 한다.  아동학대에 국한됐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1회 사고발생시 시설폐쇄)` 적용범위를 통학차량 사망사고 등 중대 안전사고로까지 확대키로 하는 등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정부의 대책 발표를 보면서 우리는 왜 늘 소중한 생명의 희생이 있고서야 대책을 세우는 뒷북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하는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슬리핑 차일드 체크`도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맨 뒷자리에 있는 벨을 누리기 위해 가기보다 아이들이 내렸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운전기사나 보육기사의 안전의식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직업적 사명감만 있다면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이 없더라도 어이없는 통학차량 어린이 사망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다. 결국 사람에게 모든 게 달렸다는 말이다. 시스템에 앞서 자신이 하는 일의 기본으로 돌아가 투철한 직업의식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