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연 대구시 복지정책관실 주무관은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오랜 시간을 청소년 복지에 노력해 온 인물이다. 우리나라의 복지 문화가 최근에 들어서야 구체적인 골격을 갖추기 시작한데 반해 그녀는 이미 예산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대구 지역의 체계적인 복지 문화 인프라를 마련하는데 직접 발로 뛰는 노력을 보여온 공무원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최초로 대구 지역에 구축된 아동청소년심리발달센터 역시 그녀의 땀방울로 이뤄진 결실이다. 평소에도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박 주무관은 특히, 2005년 대구시 종합복지회관에서 아동청소년 업무를 본격적으로 맡게 되면서 남들보다 생활이 어려운 조손, 한부모, 미혼모 등의 가정에서의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자신의 투혼을 불사르는 열정을 보이게 된다. 박 주무관은 "그 당시만해도 발달장애 아동들이 치료센터에서 50여분 동안의 상담을 받는데만 5만원이라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었다"며 "비용 문제로 발달장애아동 40여명을 모아놓고 강아지를 이용한 심리치료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 싶어 대학 등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심리치료와 관련, 지역의 여러 기관을 직접 다니며 발달장애 아동들을 반드시 치료해야할 이유에 대해 `사회적비용`을 강조했다. `사회적비용`을 간단히 설명하면 생산자가 어떤 재화를 생산하는 경우 이로 인해 생산자를 포함한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을 뜻한다. 그녀는 발달장애 아동들을 생산한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반드시 책임져야 할 의무 또한 가지고 있다고 기관 관계자들을 설득한 것이다. 박 주무관의 이 같은 노력에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곳은 바로 계명대학교였다. 이 대학 심리학과 4학년 학생들이 발달장애 아동들의 지원에 팔을 걷어부친 것이다. 그녀는 "모든 일에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습이다. 토익 점수가 상위권인 학생들이 정작 해외에서는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그동안 배운 이론을 아동들의 치료에 적극 활용했고 학생과 아동들 모두가 서로 도움을 받는 관계로 성장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생활이 어려운 아동들을 품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박 주무관의 활약은 여러 복지 위탁기관의 부패에도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녀에 따르면 대구의 한 어린이집의 위탁을 맡아 운영하던 복지재단의 공금 횡령이 의심되던 때는 2006년. 적지 않은 지원금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낡은 시설들과 운영 방식이 그녀의 촉을 건드린 것이다. 이때부터 박 주무관은 어린이집에 지원되는 예산과 관련한 자료를 하나도 빠짐없이 수집했고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들을 제시하며 재계약을 무마하는데 성공했다. 박 주무관은 "자료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재단에 예산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여러번 개선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재단측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그동안 모은 모든 자료를 감사실에 제출해 재계약을 막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소외계층의 남다른 그녀만의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그녀는 평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대구 지역 복지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한데 이어 자신의 쉼이 필요한 주말에도 요셉의 집, 관음사 등에서 무료 급식 봉사를 펼치며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데 힘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이 같은 자신을 돌보지 않는 소외계층의 사랑은 팔의 인대가 늘어나는 등의 여러 질환을 불러왔고 결국 지금은 봉사를 조금씩 줄여가며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 박 주무관은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다 보니 오히려 다른 봉사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지금은 예전에 비해 봉사활동을 줄였다"면서 "하지만 우리 시 공무원 모두 저보다 열정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기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회복되면 다시 봉사활동에 노력할 계획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