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가 없다　내가 자꾸 무덤 곁에 오게 돠는 이유　무덤 가까이에 몸을 둬야　겹겹의 모래 구릉 같은 하늘을 이고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이　무덤처럼 형체를 갖는 이유　　그러나, 알고 있다, 오늘도 나는　내 봉분 하나 넘어가지 못한다　새들은 곳곳에서 찢긴 하늘처럼 펄럭이고　그들만이 유일한 출구인 듯 눈이 부시다　　알 수가 없다　무덤만 있는 이곳에 멈춰 있는 이유　막막함을 구부려 몸 속으로 되밀어 넣으며　싱싱했던 것들이 썩는 열기를　느끼고 있는 이유　　사람들이 몇 줄 글로 남겨놓은　비문을 찾아 읽거나　몸을 잿더미처럼 뒤지며　한 생명이 무덤 곁에 있다                                        　 -조은 　 시인 조은은 1960년, 안동 출신이다. `무덤을 맴도는 이유`라는 시는 그의 두 번째 시집에 나오는 시다. 그간에 낸 그의 시집 제목들을 본다.  　시인의 생각과 느낌의 궤적들이 드러나 있다.`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따뜻한 흙` `생의 빛살` `옆 발자국` 제목들을 보면 죽음에서 삶을 찾아가는 발자국들 같다(정희완 평론가의 말에서). 　그렇다 삶과 죽음은 서로 뒤엉켜 있으며 서로를 필요로 한다 "오늘도 나는/ 내 봉분 하나 넘어가지 못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걸어가는 인간의 아슬아슬한 삶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 시구가 아닌가. 죽음이란 무엇일까? 시인은 이 아픈 물음을, 삶의 소멸 과정을 담담하게 응시 하면서 죽음을 알 수 없다고 되물으며 삶을 견디며 시를 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지금, 티비 뉴스에는 안타까운 두 사람의 죽음을 전하고 있다. 한분은 한국문학의 거목, 소설 `광장`의 소설가 최인훈(84). 그리고 또 한분은 한국의 대중적 진보 정치인 노회찬(61) 국회의원의 자살 소식이다.  　노 의원의 자살은 안타깝다. 두 분의 명복을 빌면서 "예술이란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돌격 5분전에 휴식을 취하며 부르는 노래" 광장의 위대한 소설가 최인훈 선생의 말이 가슴을 친다. 　"알 수가 없다/무덤만 있는 이곳에 멈춰 있는 이유/막막함을 구부려 몸속으로 되밀어 넣으며/싱싱했던 것들이 썩는 열기를/느끼고 있는 이유몸을 잿더미처럼 뒤지며/한 생명이 무덤곁에 있다" 시인은 동네 뒷산의 쓸쓸히 혼자 있는 무덤들 앞에서 삶과 죽음은 서로 뒤엉켜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보여 주고, 우리들의 삶 안으로 깊숙이 침투해 있는 죽음의 의미를 아프게 감동적으로 되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