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년 인류 문화사를 통해 도장(圖章) 또는 인장(印章)은 국가·기업·가정 등에서 각종 공식적인 표지(標識)의 도구로서 이만큼 소중하게 취급된 물건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떤 사안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은 그에 권한 있는 자가 도장을 날인하거나 서명(署名)을 함으로써 확정된다. 또한 그로써 대내·외에 공시(公示)되는 효력도 발생하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선배 한 사람이 "조직생활에서 도장을 잘 찍어야 한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그 말에 상당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듯 했다.    　오늘날은 도장보다 개인의 서명이 보편화 됐고 전자문서 체제에서는 클릭(click)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즉 도장책임에서 서명책임을 거쳐 이제 클릭책임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조직 차원의 권한과 책임의 표시에는 직인(또는 관인)이 사용되고 있으며, 나라의 도장은 `국새`(國璽), 왕의 직인은 옥새(玉璽) 또는 금보(金寶) 등으로 불려 그 권위의 상징도 되어왔다.    　이러한 도장이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으나 동양권의 전유물은 아니고 서양에도 국가나 관직에는 도장(seal)이 사용되고 있었다. 고대 로마 때도 있었고 현 교황의 반지에도 직인이 새겨져 있으며, 영국도 국새(the Great Seal)와 옥새(Privy Seal)가 있다.  　한편, 서명(signature)도 서양에만 있어 온 것이 아니고 조선시대에도 왕이나 고관들은 공식 업무에 수결(手決)이라 하여 일종의 서명을 사용했다.    　미국에도 나라 도장인 `국새`(the Great Seal)가 있고 이 모양을 기초로 비슷하게 만들어진 대통령직인(the Seal of the President)도 있다.  　미국의 경우 주권국가로서의 공식적인 필요성에 따라, 1776년 독립선언 당시부터 대륙회의 (The Continental Congress)에서 나라문장(Coat of Arms)과 국새를 제작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제작위원회를 구성, 수차례 회의를 통해 6년만인 1782년에 마련했으며 그 후 여덟 차례 변경 또는 재 제작되어 1986년 이래 현재의 국새가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현재 국새는 재료가 강철(steel)이고 그 전면(바닥)은 지름 3인치 원형 속에 다양한 의미의 그림과 글자가 있어, 가로 세로 약 10센티미터 정사각형에 단순히 `대한민국`이라고 새겨진 한국 것보다 약간 작으나 많은 상징과 의미를 담고 있다.  　전면은 기록물 등에 찍히는 부분으로서 원 안에 미국의 상징 새 `흰머리 독수리`(Bald Eagle)가 13개의 줄무늬 방패를 안고 올리브 가지와 13개의 화살을 잡고 있으며 표어 `여럿으로 구성된 하나` (E Pluribus Unum)가 써진 리본 등으로 구성된다.    　배면도 `신의 눈`(The Eye of Providence), 13계층의 `피라미드`, 독립기념일 로마자 등 몇 가지 도형과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앞뒤의 13이란 숫자는 미합중국 결성 당시의 독립 13개 주(States)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국새의 모양은 미화 1달러 지폐 뒷면에 있으며, 실제 용도는 각종 조약이나 협정에 대한 비준문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의 임명장 등에 날인된다. 　다만 음각(die)으로 되어 인주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찍을 대상의 좌측 하단(날짜 왼쪽)에 은회색 둥근 조개형의 봉함지(3.75인치)를 붙인 후 국새 윗부분의 볼트로 연결된 큰 손잡이 두개를 돌림으로써 양각(relief)으로 내려 찍히게 된다.  　국새 관리부서는 국무부(State Department)의 공무국(Bureau of Public Affairs)이며 국무부 청사 1층 보관소(Exhibit Hall)에 고정되어 이동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사용은 대통령의 서명과 국무부장관의 부서(countersign)를 먼저 득한 후에 그 서류를 가져와서 찍는 것이다. 　`국새`와 `나라 문장`(紋章)이 미국의 것들은 서로 거의 같게 생겼으나 한국의 경우는 모습이 전혀 다르다. 또 미국 국새에는 건국 당시의 의지와 소망과 기록 등이 메시지로 집약되어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국새는 쌍봉(雙鳳)과 무궁화외에 그 모양이 싱거워 다소 무책임해 보이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