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후의 특징은 4계절이 분명한 온대성 나라다. 봄은 모든 생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고, 여름은 성장하는 철이며, 가을은 과실이 익는 시기이며, 겨울은 생산물을 보관하는 시절이다. 여름철을 좋아하는 까닭은 휴가가 있고, 방학이 있으며 녹음이 우거진 산이나 캠핑하기에 적합한 계절이라서 젊은이들과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때이다. 　24절기 가운데 여름에 속하는 절기명이 6개다. 24절기는 태양이 황도상(黃道上-궤도)의 위치에 따라 정한 것으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가 일 년 중 일곱째이다.  　만물이 점차로 성정하여 가득한다는 `소만`이 있고, 보리는 익어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 심는 때인 `망종`이 양력 6월 6일 쯤 이다. 태양이 하지점을 통과하는 때인 `하지`가 있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소서`가 7월 7일 경이다. 여름 더위가 절정에 이른다는 `대서`가 있으며 이 날을 달리 대열(大熱)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름이라고 하면 먼저 시원한 얼음과 각종 맛있는 과일이 생각난다. 얼음하면 팥빙수와 아이스크림이 떠오르고 과일하면 수박과 참외이다. 그 밖에 어느 때보다 먹을 것이 많아서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상 기후 탓인지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의 어록에 "지루한 여름날에 불 같이 타는 더위/ 땀은 축축 찌는 듯 등골이 다 젖었을 때/ 시원한 남풍 불고 소나기 쏟아지면/ 어느덧 출렁이는 냇가의 창대한 물소리/ 이 어찌 여름의 상쾌함을 어디다 비길 것인가. 　비가 개 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詩)를 쓴다" 고 표현한 문인도 있었다. 　"아 여름아, 도대체 너는 무슨 힘이 있기에 우리를 고생시키면서도, 너를 그토록 좋아하게 만드는가" 하고 여름을 예찬하는 시인도 무수하다. 　더위를 타지 않는 사람에게는 여름은 날고 싶고, 뛰고 싶은 계절이라 하고, 봄은 여성의 시즌이라면, 여름은 남성의 시즌이요 봄을 웃음의 때라고 하면 여름은 힘의 때라 한다. 　상록과 녹엽 사이에 일어나는 가느다란 파동! 비단 같이 매끈하고 부드러운 음향의 촉수! 아, 녹음의 서늘한 촉각은 녹슨 내 마음의 창문을 두드린다. 청록의 영원한 젊음! 녹향청훈의 부드러운 촉감, 여름은 젊어지라는 계절! 인생의 한 시각인들 무색하게 지낼 것인다. 녹풍이 부는데도. 　시인 조병화의 여름은 "여름이야 말로 우리 생명의 큰 에너지의 원천인 것이다. 많은 에너지를 공급 받는 계절! 그것이 여름의 힘"라 했다. 　여름은 개방적이다. 닫혀 진 창이란 없다. 모든 것이 밖으로 열려진 여름 풍경은 그만큼 외향적이고 양성적이다. 여름의 숲은 푸른 생명의 색조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숲 속에는 벌레들의 음향으로 가득 차 있다. 은폐가 없고 숨김이 없으며, 침묵이 없는 여름의 자연은 건강한 아이들의 체력처럼 힘 있고 싱싱하다.  　여름의 생명은 녹음(綠陰)이다. 어느 고시조에 "긴 날을 훈풍 불고/ 석류 꽃 붉은 것을/ 청마루에 자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꾀꼬리 녹음 속에서 잠이 깰까 하노라."  　풍요한 여름 정비석의 `장미의 계절`에서 "벌써 여름도 한창이어서 뜰에는 나뭇잎이 무성하였다. 습기 머금은 바람에 불려 어디선가 꽃향기가 훈훈하게 풍겨 왔다. 까닭 없이 서글퍼서 분별없이 울고 싶어지는 여름의 황혼이다" 소나기, 천둥, 폭염, 벼락, 장마란 말들이 여름을 대표하는 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