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서 열심히 절을 하는 신도들은 법당에서 흘러나오는 염불소리가 어떻게 들릴까? 우거진 숲 속으로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나 나뭇가지에 앉아 조잘대는 새소리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런 소리를 듣기 좋아하듯이 신심(信心)이 돈독한 신도들의 귀에 들리는 목탁소리 반주에 염불은 거저 듣기에 좋은 음악일 수 있다.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수리 수수리 사바하` 한 어린 신도가 갑자기 궁금증이 발동되어 스님에게 질문한다. "스님, 수리수리 마수리가 무슨 뜻인가요?" 스님이 대답한다. "지금 질문하는 니 입을 수리하라는 말이니라! 수리하고 수리하고 또 수리하란 말이지" 　염불은 원래 불교의 발상지인 고대(古代) 인도 북부에서 사용되던 언어인 `산스크리스트어`인데 불경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한문으로 번역되고, 또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전문적으로 불경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의 주문(呪文)이 되었다. 즉, 뜻이야 어떻든 암송하면 무슨 영험이 있는 듯 하고, 많이 들으면 복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일까? 　그러니까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뭐 꼭 가사의 의미를 새기며 듣는 것은 아니고, 다만 귀가 즐거우니 듣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보이스칼라가 뛰어난 스님의 염불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때와 유사한 뇌파가 생성되어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 효과를 경험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원래 언어란 어떤 의미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고안된 음파통신 수단이지만, 그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는 언어 속에 막연하게 대단한 진리가 담겨 있을 것 같고, 또 신묘한 영험을 나타내는 신의 계시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믿음이 심리적 `후라시보효과`까지 만들어 낼 수가 있다는 말이다.  　일찍이 큰 도(道)를 이룬 대덕(大德)들이, 문자를 빌어 공부하되 문자를 여의고 법집(法執)에도 사로잡히지 말라 하였지만, 학문이 권위의 틀에 갇힌 탓일까? 여전히 박사님들은 난해한 언어들을 쓰기 좋아한다. 내가 보기에 경(經)은 어떠한 철학 이론보다 수승하고, 프로이드를 훨씬 뛰어넘는 정신 분석학 내지 인간 심리학을 담고 있지만 반드시 난해한 것만은 아니라 생각한다. 　`제8아뢰야` 같은 어려운 용어를 쓸 필요 없이 그냥 마음 심(心), 단 한 글자이면 족할 것 같고, 생명체가 가진 감각 즉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알고, 촉감을 느끼는 것이 제1식(第1識)에서 제5식까지이고, 그 오감의 감각기관을 통해 감지된 정보를 인지하는 작용을 `제6식`이라 하는 것이며, 그 인지된 정보를 다시 분석하여 좋고 나쁨 정도를 분별하는 정신작용을 또 `제7식`이라 한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의 정신작용은 아마도 여기까지 인듯하다. 그러니까 인간만이 `마음`이라는 `제8식`의 영역이 있다고 보이며, 제8식이 바로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경계가 된다는 말이다. 동물은 전(前) 6식을 통해 들어온 정보에 따라 제7식의 행동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것을 본능적인 행동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은 제8식의 작용 때문에 본능대로만 행동하지는 않으며, 또 스스로를 연구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결국 불교에서 말하는 `유식학(唯識學)`이란 인간 스스로 자신의 자아를 탐구하는 사유의 세계일뿐이며, 그 어떤 신학적 의미도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신(神)이 없는 종교가 종교인가? 철학인가? 라는 논란의 여지를 가지게 한다.    　누가 나에게 아뢰야식에 `아뢰야`의 뜻이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해 줄 것이다. "니가 어떤 인간인지는 모르지만, 바른대로 아뢰지 못할까!"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