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의 끝에 `바로 이것이다!` 하며 트위터에 올리려 했던 정치가는 책의 한 대목을 펴놓고 컴퓨터 화면을 곰곰이 들여다봤다.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나중에는 한숨 섞인 신음을 뱉어냈다. 자신을 비난하는 수많은 네티즌의 울분이 폭발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네티즌의 심판은 가차없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불현듯 캉디드의 스승 팡글로스가 떠올랐다. 캉디드의 존경을 받았던 스승의 낙관주의 철학도 의혹을 안겨주었고,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러니까 완전한 사상도 완전한 인간도 없는 것이었다. 이 점에서 정치가는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는데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늘에 총총 뜬 별이 창문을 기웃거리자 그는 일어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어둠 속에서 그를 안온하게 감싸주었다. 완전히 기분을 회복한 그는 테이블로 돌아와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독일의 한 성에 어떤 남작이 누이가 낳은 사생아인 캉디드를 돌보며 살았다. 캉디드는 남작의 딸 퀴네공드와 함께 팡글로스라는 가정 교사의 가르침을 받았다. 철학자 팡글로스는 라이프니츠 유의 낙관주의 신봉자였다. 　`이 세계는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라는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캉디드는 세상의 선에 대한 순진한 믿음을 가지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퀴네공드와 캉디드가 서로 사랑하게 되자 72대 조상의 뿌리 깊은 가문을 자랑하는 남작은 다짜고짜 `캉디드의 엉덩이를 발길로 차서` 내쫓았다. 기절한 퀴네공드가 깨어나자 남작 부인이 딸의 뺨을 갈겼다. 　쫓겨난 캉디드의 인생유전을 쓰자면 일 년을 쓰고도 모자랄 것이라고 정치가는 생각했다. 볼테르는 압축하고 또 압축해서 짧게 서술했는데, 그 안에는 무궁무진한 철학이 담겨있었다. 그는 그것을 한 가지씩 트위터에 올리고 싶었다. 　캉디드는 퀴네공드가 있는 성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울면서 정처 없이 걸었다. 다음날 이웃 마을에 닿은 캉디드는 불가리아 군대에 끌려가 2열로 늘어선 2천 명의 군인에게 왕복 오가며 4천 대를 맞았다. 머리에서 엉덩이, 신경과 근육이 모두 터져 나오자 견딜 수 없었던 캉디드는 머리를 부숴달라고 빌었다. 　불가리아 왕이 지나가다가 그가 얼뜨기 형이상학자임을 알고 사면해주었다. 캉디드는 마을을 지나가며 불가리아 왕이 일으킨 전쟁의 참상을 목격했다. 3만여 명의 영웅적인 학살극(그는 괄호를 열고, 영웅적이라는 말은 볼테르의 풍자입니다, 라고 썼다),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 목이 찔려 죽어가는 아내를 멍하니 바라보는 늙은이들, 피가 흐르는 젖꼭지에 매달린 젖먹이 아기, 욕망을 채운 후 몇몇 영웅(그는 또 괄호를 열고, 영웅이라니! 볼테르는 풍자를 정말 좋아하네요! 라고 써넣었다)의 손에 배가 갈려진 처녀들! 반쯤 불에 그슬린 채 울부짖는 사람들, 도처에 널려 있는 잘린 수족들 사이에 뒹굴고 있는 깨진 머리! 정치가는 이 대목을 쓰다 외쳤다. 　`바로 이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만은 막아야 해!` 캉디드는 그곳을 떠나 네덜란드에 도착했다. 그는 어느 자선 집회에서 연설자에게 적선을 구했는데, 자네는 교황을 적그리스도라 생각하는가? 하고 연사가 물었다. 캉디드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고, 다만 빵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연사는 넌 먹을 자격이 없다며 그를 내쫓았다. 창밖으로 그 광경을 보고 화가 난 연사의 아내가 오줌이 가득한 요강을 캉디드의 머리 위에 쏟아버렸다. 　정치가는 캉디드가 한 말을 따라 하며 부르짖듯 말했다. `아, 하나님, 여자들의 신앙심이란 이렇게도 지독한 것입니까!` 거기에 자신의 말로 바꾸었다. `아, 하나님, 신념이란 이렇게도 무서운 것입니까!` 　세례를 받은 적이 없는 한 교인이 캉디드를 깨끗이 씻기고 빵을 주고 그의 공장에서 일하게 했다. 캉디드는 감격에 겨워 팡글로스 선생님의 말이 맞다! 세상 모든 것이 최고로 잘 되어간다며 낙관했다. 　정치가는 쓰기를 멈추고 긴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최선의 세계라고 하는 캉디드! 세상의 불의를 보고도 낙관하며 편안히 마음의 평화를 얻으란 말인가? 숱한 수모를 겪고 깨달은 `캉디드의 진정한 낙관주의`를 전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 정치가는 마지막 문장을 맺었다. 　<인간 세상은 얼마나 불의하고 잔혹한지, 캉디드의 앞길에 무슨 일이 생기고, 그의 낙관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 다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