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새로 구성되어 매년 하는 정기평가를 하러 왔다. 평가위원 중 한 사람이 고객만족과 관련된 평가적 질의를 하면서도 `내부고객`이란 개념 자체를 모르는 듯 했다.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객의 개념은 그 중요성이 실제에 인식되기 시작한 지도 이십 년이 흘러 이제는 고객만족 경영을 논하거나 평가 등을 할 때 하나의 상식적인 용어가 되고 있다. 　행정의 최고 가치는 `민주성` 이념이다. 이 행정의 민주주의도 조직 내 민주주의가 우선이며 그 정신이 고객관리 차원에서 발현된 것이 `내부고객` 개념인 것이다. 가장 가까운 1차적인 내부고객은 직근 상사와 부하·동료들이다.  　이들 내부고객인 조직 구성원들의 불편·불만이 있는 상태에서 외부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기를 바라기는 어려우므로 내부고객 관리가 바로 외부고객 관리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행정은 오직 `과학`이어야만 하는가? 행정은 법치주의에 따라 운행되며 법은 과학성과 최대공약수적 합의가 반영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행정에 비과학적이거나 산발적인 요소가 그 동기로 작용되어서도 또 그렇게 집행되어서도 아니 된다.    　그러나 행정 변수에 비과학적 요소로서 `민심`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민심에는 외부 일반민심도 있고 `내부민심`도 있다. 이 내부민심은 곧 내부고객의 정서인 것이다. 그리고 내부고객 관념이 행정의 민주성을 향한 출발이라고 했다. 　관악산 남쪽 기슭인 경기도 과천에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과천 캠퍼스(구 중앙공무원교육원)가 있다. 1981년 말 대전에서 이곳으로 이전해 온 이래 1990년까지 약 9년 동안 그 교육원의 남자만 11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한 불확실한 이야기도 나도는 가운데 남자 직원들은 솔직히 교육원으로 발령이 나는 것을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풍수지리 전문가도 다녀갔다. 교육원 터가 명당이긴 하나 뒤에 위치한 관악산 남쪽 골짜기의 음기(陰氣)가 너무 세다고 진단했다고 한다. 익히 알려진 경주시 건천읍에 있는 여근곡(女根谷)과 같은 형상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가 음곡(陰谷)이라 했다 하여 다들 그렇게 여겼다.  　남자 직원 중 주로 몸이 아프거나 건강 상태가 안 좋은 상태에서 변을 당했고 가끔은 겉으로 멀쩡하던 사람도 급사를 했다. 양기가 약해진 남성들이 그 골짜기의 강한 음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것으로 해석이 되어간 것이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양(陽)의 형상의 말뚝을 골짜기의 일정 지점에 심어서 음과 양의 균형이 맞도록 해줘야 한다는 처방까지 나왔다. 이것이 당시로서는 내부고객의 상당히 절실한 `민심`이었다.　그러던 1991년도 어느 날 드디어 지역 등산 동호회에 협조를 요청해 그 골짜기 세 곳에 처방을 하도록 했다. 그 처방 조치가 완료된 뒤 당시 교육원 서무과장 Y씨로부터 온 전화내용의 요지는 "이제 괜찮다~!"였다. 그리고 그 후 이십여 년이 지나는 동안 한 명의 사고도 없었다.  　그 조치는 비록 동호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행해진 것이었지만 행정은 과학이어야 한다는 명제에는 적합하지 않는 행위였다. 그러나 그 처리 전후의 상황이 우연이라고 하기는 너무나 뚜렷이 서로 구분되는 것이다. 그 동기에 과학적 요소는 없었으나 내부의 `민심`을 반영한 조치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부민심은 내부고객의 일종의 소원인 것이다. 내부고객의 집약적인 염려사항을 비과학적이긴 해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신기하다고 할 정도로 깔끔하게 나타났다.  　옛말에 5인의 마음이 모이면 사물도 움직일 수가 있다고 했다. 민심은 천심이다. 내·외부의 보편적 정서라면 `민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설사 과학성이 결여되어 있다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정치·행정 서비스의 대상이 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