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회가 `협치` 논란으로 요란하게 문을 열었다. 4일 오전 32명 의원 전원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협치`를 강조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관례`를 고수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간 팽팽한 기 싸움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의장단 선거가 1시간가량 연기됐다. 　과거 일당 독식구도를 깨고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 10명, 무소속 3명이 포항시의회에 입성하면서 의회 판도 변화가 예상된 가운데 개원 첫 날부터 민주당과 한국당이 한바탕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이준영·김상민·박희정 등 민주당 의원들은 `교섭단체` 구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의장단 선출부터 한국당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의회 사무국에 지난 2일 통보했다"면서 한국당도 `교섭단체`를 꾸려 의장단 구성부터 대화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서재원·한진욱·방진길 등 한국당 의원들은 "당초 결정된 의사일정에 따라 의장단 선거를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고 맞섰다. 한국당 의원들은 "시의회 조례에 `교섭단체` 구성에 관한 근거가 없다. 우리는 준비한 게 없다"면서 차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당 몇몇 의원들은 "민주당이 개원 첫날부터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후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고, 10여 분간 정회 후 "의장단 선거를 치른 뒤 앞으로 `협치`에 노력한다"고 합의하면서 소동이 일단 마무리됐다. 이날 `협치` 논란은 1시간 만에 종결(?)됐지만 향후 4년간 포항시의회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진통 끝에 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는 19석의 다수당인 한국당 서재원(5선) 의원이 의장에, 한진욱(3선) 의원이 부의장에 당선돼 2년간 의회를 이끌게 됐다. 다수결 원칙에 따라 한국당 일색의 의장단이 구성됐다. 　민주당은 의회 환경이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졌으니 국회처럼 `교섭단체` 협의를 통해 의장단 구성을 바랐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으로선 다수결에 따라 표결하면 여전히 다수당인 한국당이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수밖에 없는 구도를 `협치`를 통해 깨고 싶은 것이다. 　사실 민주당의 `교섭단체` 구성은 아직 시의회 조례에 근거가 없는 사안이다. 추후 필요하다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조례를 제정해 가동하면 될 일이다. 현재로선 논의할 시간이 부족해 후반기 의회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협치`를 요구하려면 조례나 규칙에 기초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괜한 트집이나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 　민주당이 의석수나 득표율을 내세워 일정 몫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현행 5개 상임위 가운데 1, 2개 정도는 민주당을 포함해 비(非) 한국당이 가져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것이 민주당의 바람처럼 `협치`의 출발점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상임위원장 선출 방식이 의장단 선출과 동일해 다수당인 한국당이 마음만 먹으면 5개 모두 차지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당도 과거처럼 세력을 믿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관행`에서 탈피하기를 바란다. 힘 자랑만 하고 소수의 목소리를 무시하다간 "편 갈려 싸움만 하는 시의회, 차라리 없는 게 낫다"란 준엄한 시민들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당이든, 민주당이든 `협치`를 하지 않으면 `의회 무용론(無用論)`이 불거질 것이 뻔하다. 포항시의회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협치` 가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