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 상식으로 시(詩)는 인간의 정서나 사상을 함축적이고 운율적(리듬)인 언어로 요약된 영혼의 음악이며 문학의 여왕이다. 그러나 시는 아름답기 만해서는 모자란다.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 기교가 있고 듣는 이의 포부를 의미대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시는 삶의 상처에서 피는 꽃이며, 육신의 고달픔을 녹이는 마음의 자양분이다. 피아노가 음악의 모체라면 시는 문학의 모체이고, 지식의 숨결이자 정수(뼈대)다. 그러기에 시는 인간의 정서적 반응을 통해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일생에 감동을 느끼는 시 한편이 정신의 치료제요, 심령의 미용제다. 때로는 생활에 근력과 위안을 받는 활력소와 안정제가 되는 까닭이 그런 연유다. 　세상의 무거운 질서와 의무가 어깨를 누르는 육신의 아픔은 방아쇠요, 정신적 고뇌는 자멸로 가는 절벽이다. 현대인의 허망한 외로움은 사치스러운 질병에 불과하다. 그래서 작가의 펜은 마음의 혀요, 시인의 언어의 지배자 역할을 한다.　아주 늦도록 마음 앉혀 놓고/ 새끼손톱 만큼 작아 질 때까지/ 모란 곁에 서 있어야지/ 철없이 푸르기만 했던 그 여름/ 후회가 많은 한 이별에/ 울고 가는 날 이었던가/ 한쪽 어깨가 몹시 아려 와서/ 모란이 뚝뚝 떨어지는 저녁을/ 오래도록 서성이다 돌아 온 길/ 저무는 길목에 자주 빛 속의 얼굴/ 그 얼굴 아직도 시들지 않았네/ 비록 내 신발은 다 낡아버렸지만/ 다시 그 저녁 속을 오래도록 걸을 테야.　일간지 `경북신문`에 게재되는 `아침을 여는 시`에 시문학의 중량급 시인 구영숙님의 `모란이 피면`의 시가 걸작으로 기품이 우수하다. 여기서 기대와 만남을 위한 기다림의 미학(美學)에 깊은 격찬을 보내고 싶은 애중을 느낀다. 　인간의 전생은 기다림에서 열매를 맺는다. 기다림은 그리움이요, 욕망 이라기보다는 모든 것을 수용하겠다는 마음씨가 진실 된 기도 속 에서 꽃을 피운다. 　"저무는 길목에 자주 빛 속의 얼굴"이란 애틋한 표현의 대목에서 사랑은 영혼의 가장 순백한 부분이다. 　는개 속의 햇살처럼 해맑은 그리움이 열정으로 승회되는 순간을 시인은 이미 예감했다. 참고 기다리는 감미로운 예언은 만족의 열쇠다. 　구영숙님의 시의 모티프에서 거룩한 풍요와 부귀의 맛이 난다. 회사하면서도 애련한 `모란`은 혹독한 추위와 설풍을 이겨 낸 곱고 청초한 향기를 풍기는 것도 시인의 겸허한 본성이 모란에 회자되고 있다. 외로움에 포박된 탄식과 애화가 숭고한 리듬으로 언어의 마술적 감각에 독자의 찬사가 큰 관심이다. 구영숙 시인의 기예는 번데기로 비단 옷을 만드는 능숙의 경지에 이미 답지한 맑은 시인이다. 　시작(詩作)은 `속 앎이에 걸린 조개의 운명`이다. 고질과 통증을 견딘 조개만이 진주를 만들 수 있다. 그런 탓으로 평생을 두고 애절한 신고(身苦)를 겪는 시인만이 시를 낳을 수 있는 선구적 예찰을 탐구 할 수 있다. 　시는 경험한 생활 그 자체로써 언어의 구사력으로 창작된 것이어야 어휘의 꽃으로 향내가 난다. 사라지는 것은 언제나 그리움을 남기고, 시는 최상의 마음으로 가장 고귀하고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의미가 담긴 영원한 진리와 함께 시는 신(神)의 미소요, 음성이며 상봉에 자수(自修)한 무지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