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평화 통일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고 있는 지금 대학 교수로써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고심하다가 지난해 개발한 펠릿온풍기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다" 김종성 국립안동대학교 사범대 전자공학교육과 교수는 "사람이 살면서 춥고 배고픈 것만큼 힘들고 서러운 게 없는데 전기는 물론 석탄조차 부족한 북한 동포들의 어려운 삶을 생각하게 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교수가 안동대 산학협력단 LINK사업의 지원으로 인천의 소기업과 공동 개발한 펫릿온풍기는 친환경원료로 불리는 우드펠릿을 원료로 한다. 우드펠릿은 임업 폐기물이나 벌채목 등을 분쇄 톱밥으로 만든 후 길이 3~4cm 내외 굵기 6-8mm 이내의 원기둥 모양으로 압축해 가공한 청정 목질계 바이오원료다. 압축과정에서 에너지의 밀도와 저장능력이 향상돼 에너지 효율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드펠릿은 발열량(M㎈/㎏) 가격에 있어서도 다른 연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우드펠릿과 경유, 면세경유, 보일러등유의 동일 발열량(M㎈/㎏)당 가격은 각각 89원, 160원, 90원, 108원 등으로 나타나 우드펠릿이 가장 저렴한 원료로 단연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의 펠릿온풍기에 대한 개발은 아직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흔히 버려지는 왕겨를 연료로 한 펠릿을 만들기 위해 기초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펠릿에서 4300kcal/kg의 열량을 얻는데 성공했다. 펠릿온풍기가 가동할 수 있는 최소 열량이 4000kcal/kg이라는 김 교수의 설명으로 비춰보면 사실상 정상 가동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런 기세로 왕겨를 이용한 고열량 펫릿 연료와 이를 원료로 한 스팀보일러 개발에도 나설 것도 시사해 앞으로의 향방에 귀추가 쏠린다.　■ 오랜 투자에도 제자리걸음 `친환경에너지` 김 교수의 펠릿온풍기가 다른 친환경에너지보다 눈에 띄는 이유는 오랜 투자에도 뚜렷한 윤곽을 보이지 않는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의 다른 친환경에너지보다 저렴한 원료로 고효율의 성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친환경에너지의 필요성이 부각됐지만 아직까지 그렇다할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매년 여름과 겨울 때마다 과거 도시인들에게만 국한됐던 에어컨과 보일러 등의 냉·난방 제품들이 이제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당연한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데 반해 이를 뒷받침할 전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직까지 석유다. 석탄과 LNG를 합치면 화력발전이 전체 에너지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원자력은 10.4%, 태양열·풍력 등 친환경에너지는 고작 3.2%에 불과하다. 특히 태양광 업체는 저효율, 고비용 탓에 줄줄히 파산하는 비운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태양전지용 웨이퍼 및 장비 전문업체로 잘 알려진 세미머티리얼즈를 비롯해 국내 폴리실리콘업계 2위, 세계 10위 업체인 한국실리콘 역시 태양광에 주력하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서울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태양광 패널 설치에 따른 자연 훼손도 심각하다.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을 얻기 위해선 대규모의 발전 시설은 필수로 이에 따른 넓은 면적 확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태양광 패널 한개당 얻을 수 있는 전력은 고작 250W다. 결국 화력발전소 등에 부합하는 전력을 얻기 위해선 대규모의 토지를 확보하는게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태양광과 풍력이 우리나라에 대단히 적합한 신재생에너지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넓은 평야가 많은 미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산으로 덮여 있어 결국 제대로 된 태양광 발전 단지를 만들기 위해선 산을 깎아야하는 자연훼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풍력발전도 마찬가지. 들쑥날쑥한 바람의 방향과 강도에 풍력발전으로 생겨나는 전력은 기대 이하라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김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의 폐해로 신재생 에너지가 부각되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의 수많은 노력에도 이에 따른 결실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라며 "우리나라에 보다 적합한 방식의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 시급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심각한 자연 훼손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 개발 자체가 난국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비용·고효율 펠릿온풍기 이렇게 탄생했다 김 교수가 펠릿온풍기를 개발하게 된 배경을 찾기 위해선 그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머물렀던 2004년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1994년부터 안동대학교 사범대 전자공학교육과 및 대학원 바이오ICT 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누구보다 3D 영상 기반 기술 및 농업분야에 있어서 ICT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앨버타주를 찾게 된 이유는 이곳이 캐나다에서도 가장 자원이 풍부한 곳이면서도 농업생산성량이 매주 높은 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앨버타주에 있을 당시 34$(달러) 수준을 보였던 원유는 2008~2009년에 이르러 140$대까지 폭등했고 여기에 오일샌드(oil sand)에 따른 인력이 쏠리면서 소규모 주유소들이 모두 도산하는 위기에 처한다. 오일샌드는 흙 속에 포함된 석유를 추출하는 작업을 말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낮은 유가에 제 빛을 보지 못하다가 유가가 폭등하자 본격적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유가의 영향이 다른 사업의 창출은 물론, 한 지역의 고용률까지 변화시키는 모습을 체험한 그는 에너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여기에 2008년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는 다른 대체에너지를 만들어보자는 그의 생각에 결심을 서게 했다. 앞서 말한 친환경에너지 확보를 위한 자연훼손도 그의 결심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2012년부터 한 발명가의 특허를 응용해 폐솜 등 폐기물을 연료로 한 펠릿 개발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2017년 본격적으로 안동대 산학협력단 LINK사업의 지원을 받아 인천의 소기업과 함께 펠릿온풍기 개발에 나선다. 우드펠릿을 원료로 한 펠릿온풍기는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 펠릿온풍기는 우드펠릿 18kg 한 포대로 132㎡(40평) 규모의 공간에서 8~10시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펠릿난로의 연소기 온도가 550~600도 인데 반해 김 교수의 개발품은 충분한 공기가 공급되도록 해 연소기 온도가 거의 700도에 다다르고 열량도 9만에서 10만 kcal/kg 정도의 수준을 보였다. 더욱이 완전 연소에 가깝게 설계한 덕에 펠릿 난로의 최대 난제인 재의 발생량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비우면 될 정도로 크게 줄었다. 온풍 방식이어서 난로보다 효율적으로 열을 공급해 실내 온도보다 빨리 상승, 주택과 카페, 소규모 공장은 물론 비닐하우스 등에서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한편 김 교수는 최근 왕겨를 주성분으로 하는 새로운 펠릿에서 4300kcal/kg의 열량을 얻는 데 성공했다. 왕겨는 국내 생산량은 90만t 정도이지만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 등 벼농사가 주산업인 동남아시아에서는 엄청난 양의 왕겨가 발생한다. 김 교수는 왕겨를 원료로 사용하는 스팀보일러를 만들게 되면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에 왕겨를 연료로 한 소규모 화력 발전시설을 수출할 수 있는 길도 예상하고 있다.　■ 국민의 통일 염원 담아 펠릿 북한에 지원하고 싶다 김 교수는 남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을 기념해 전기 부족 등으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북한에 427대의 펠릿온풍기를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 교수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과거 고 정주영 현대기업 회장이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500마리의 소를 이끌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건너간 역사적 사실이 뒷받침됐다. 하지만 김 교수의 방식은 약간 다르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이 같은 역사적인 사실이 정 회장이 자신의 사비를 들여 소를 구입한 이유로 퇴색됐다고 보고 있다. 개인의 일방적인 지원이기에 어려운 북한을 지원했던 감동적인 순간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잊혀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북한을 지원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펠릿온풍기의 제작비용을 국민들의 후원을 통해 마련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후원할 수 있도록 1인당 최대 1만원의 후원을 받아 펠릿온풍기를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렇게 탄생한 펠릿온풍기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온풍기 뒷편에 후원자들의 이름이 담긴 명판을 만들어 부착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북한을 도왔다는 국민들의 자부심이 나아가 통일의 길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통일이 되기에는 아직까지 많은 문제가 수반될 있지만 북한이 미국 등과의 교류를 본격화하는 지금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고 북한을 돕는다면 모든 것이 허상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