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시엠립은 앙코르 유적 하나로 시민 전체가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여행자의 90% 이상이 시엠립을 찾는다고 하니 조상이 물려준 역사자원이 후손들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실감하게 해준다. 앙코르 유적을 찾는 여행자들은 최소한 이틀이나 사흘을 머물면서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크메르 왕조가 세운 석조유물을 샅샅이 훑어본다. 　인구 35만명 정도의 시엠립에는 한해 500만명 이상의 여행자가 방문하고 그 작은 도시에 호텔 숫자만 500개가 넘는다. 게스트하우스와 에어비앤비, 리조트도 약 200개에 이르러 관광도시의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레스토랑도 세계 각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여행자들은 시내 중심가에 늘어선 다양한 레스토랑들을 둘러보다가 입맛에 당기는 음식을 골라 먹는 재미를 누린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한적한 시골 같았던 시엠립에 어느날 워킹 스트리트가 생겼다. 워킹 스트리트에는 레스토랑은 물론 카페와 바, 클럽까지 다양하게 들어서 밤이면 여행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물론 전형적인 역사도시의 밤을 느긋하게 즐기지 못하도록 소란스러운 워킹 스트리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여행자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시엠립에 머무는 동안 최소한 한 번 정도는 이곳을 찾는다.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부상한 시엠립의 시민들은 여행자들이 떨구고 가는 달러로 생활하며 수도 프놈펜의 시민들에 못지않은 섭생을 누린다. 관광산업에 직접 종사하는 시민들과 식당, 기념품숍, 마사지숍, 그 외의 다양한 서비스업종에 종사해 일자리 문제는 큰 불편이 없을 듯해 보인다. 심지어 워킹 스트리트 인근 재래시장마저도 늦은 밤까지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관광 콘텐츠 역할을 톡톡하게 하고 있다. 여행자들은 재래시장에서 캄보디아 특유의 의상이나 열대과일, 독특한 먹거리를 사면서 현지인들의 숨결을 느낀다. 　시엠립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인프라를 구축한 것은 아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여행하기에 불편한 도시 중 하나였다. 일부 패키지 여행자들이 특급호텔에 머물며 전세버스를 통해 앙코르 유적을 방문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개별 여행자들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대중 교통수단이 툭툭을 대절해 유적을 순회하고 제대로 된 카페나 레스토랑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크메르 왕조가 남긴 유산이 워낙 출중해 여행자들의 방문이 멈추지 않았고 시민들은 그들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했다. 외국 자본을 끌여들여 최고급 리조트와 호텔을 지었고 개별 여행자들을 위한 중급 호텔과 편의시설을 최대한 보강했다. 이제는 시엠립에 가면 먹고 자고 보고 즐기는 일은 걱정을 놓아도 된다. 　과연 시엠립의 관광 자원이 경주보다 절대적으로 빼어난 것일까? 그래서 세계의 여행자들이 경주보다 시엠립을 절대적으로 많이 찾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물론 앙코르 유적의 규모는 압도적이긴 하다. 돌덩어리를 마치 밀가루 반죽처럼 주물러서 만들어 놓은 조각들이 거대한 사원의 기둥과 벽면을 빼곡하게 채워 놓고 있으니 찬찬히 둘러보면 탄복할 만하다. 하지만 경주의 문화유적도 경쟁력에서 뒤지지는 않는다. 조금 더 침착하게 들여다본다면 신라왕조가 남겨준 문화유산들은 품격이 절대로 부족하지 않다. 조형적으로나 미학적으로 신라의 유산은 어디를 내놔도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시엠립처럼 여행자들이 불편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호텔은 워낙 비싸고 게스트하우스의 환경은 열악하다. 배낭을 매고 찾는 여행자나 트렁크를 끌고 오는 여행자들이 자신의 형편에 맞춰 숙소를 정하고 음식을 사먹을 수 있도록 다양화해야 한다. 그리고 밤문화의 확장도 필요하다. 낮에 본 경주와 밤에 본 경주가 달라 단조롭지 않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 당선된 도지사와 시장이 관광산업의 육성으로 경주의 경제발전을 이끌겠다고 하고 있다. 무슨 수로 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 제시는 없지만 당장 하루아침에 경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각오는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게 준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제적인 트렌드에 맞춘 관광도시 조성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