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어떤 일을 해야 즐거울지 고민을 참 많이 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냥 즐겁기만 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힘들 바에 보람된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국가유공자분들을 위해 일하는 국가보훈처에 오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여기계신 분들이 업무에 복귀하셔서 힘들고 지치실 때 `아 그때 그런 말을 해준 후배가 있었지` 생각하시면서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국가보훈처에 발령 받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가게 된 실무교육에서 분임 발표를 마치며 한 말이다. 이랬던 내가, 10년 이라는 세월이 흘러 책상위에 수북이 쌓인 서류들을 결재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내는 지청의 과장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의 빛이 바래듯 보람이란 가슴 벅찬 단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해 졌고, 반복되는 일상의 쳇바퀴를 돌던 중 `방탄소년단` 이라는 가수가 매일매일 새로운 가르침을 주며 내 삶에 생기를 더해주더니, 급기야 "따뜻한 보훈"에 대한 깨달음까지 주고 말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국가보훈처는 장관급 부처로 승격되고,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라는 국정과제를 추진하고자 `따뜻한 보훈`을 기치로 내걸고 여러 가지 핵심 정책과제를 추진해 오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내 자신의 구체적 행동 지침은 정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뷔라는 멤버가 9세 팬의 편지에 친필로 답장한 "지후에게 꼭 닿기를"이라는 게시물을 보고, 나에게 보낸 편지도 아니건만 눈시울을 붉히며, `이런 게 바로 따뜻한 보훈이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그저 온라인상을 떠돌던 한 장의 편지에 지나지 않았기에 바쁜 스케줄을 핑계로 그냥 지나쳐 버리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나, 그는 편지라는 무생물 안에 담긴 아이의 마음을 보았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했으며, 편지의 모든 문구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답변을 해주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늘 그냥 지나치고, 서류를 그저 서류로 대했던 나는 뷔의 진심어린 행동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6월 21일 `대통령 명의 국가유공자 증서 전수식`이 떠올랐다.  　국가보훈처에서는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하였으나 아직까지 국가유공자로 등록하지 못한 분들을 직접 발굴하여 등록해 드리고 있는데, 우리 지청에서는 이번에 월남전에 참전하셨으나 아직 등록되지 않으신 생존자 분들께 증서를 전수하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이 행사에 마음을 담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전수식이라고 초청을 했으면 따뜻한 밥 한 끼 손수 대접해야 하는데 요리를 못하니 쿠키를 만들어서 선물로 드리자`라는 생각을 직원들에게 말하자 준비과정을 담은 영상을 만들자는 것과, 대학교 봉사단과 연계해서 다과를 준비하자는 생각이 더해져 점점 성대한 행사로 변모되어 갔다. 　처음에 준비과정을 담기로 기획되었던 영상은 `소중한 것들은 숨겨두어서 찾기 힘든 것처럼 당신도 소중해서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메시지를 담아 뒤늦게 등록된 유공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는 영상으로 거듭났다. 영상제작을 위해 전수자분들의 사진들을 받고 직원들과 경주대학교 학생들의 협조를 받아 메시지를 피켓처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처음 만들어 보는 영상이었는데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해야 하는 덕에 무수한 야근을 하면서 꽤 단기간에 많은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 하지만 기술의 습득 보다 더 값진 경험은 그 과정에서 유공자 한분 한분의 사연을 접하면서 영상 만드는 내내 그 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메시지 문구를 고민하면서 보훈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된 것이었다.  　쿠킹 클래스를 알아보고, 가장 맛있어 보이는 종류를 골라 쿠키를 만들고, 포장하고, 꾹꾹 눌러쓴 손글씨로 카드를 쓰고, 행사장을 헤매시지 않도록 안내문을 붙이고, 오래 간직하실 수 있도록 예쁘게 사진을 찍고, 경주대학교 효드림 봉사단 학생들이 정성을 담아 만든 다과를 제공해 주고... 우리의 마음이 온전히 전달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지청 모든 직원과 학생들이 합심하여 온 마음을 다해 준비한 행사를 별 탈 없이 마쳤다.  　이 글을 누군가는 `방탄소년단이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꿨네` 라고 고백하는 간증글로 읽고, 누군가는 지청의 국가유공자 증서 전수식을 홍보한 글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증서 전수식에 참석하셨던 분들께만은 마음을 담은 러브레터로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덕후답게 방탄소년단이 어떤 마음으로 그리고 어떤 과정으로 직접 팬들에게 줄 선물을 주문하고, 메시지를 적고, 포장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상을 보고, 오로지 받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한 모든 과정과 시간들이 더 값진 선물임을 깨달았기에 이 글에 그간의 준비과정을 담아 전수식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진심`을 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글의 부제처럼 이 글이 많은 국가유공자께 꼭 닿기를 바란다. "지후에게 꼭 닿기를" 이라는 게시물을 보고 지후뿐만 아니라 모든 아미들이 그의 진심을 느끼고 애정과 믿음이 더욱 견고해졌으며 많은 이들이 출구 없는 입덕의 길로 빠져 들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