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는 `따뜻한 가슴`(warm hearts)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해서 또한 디테일(details)에 `치밀`하고 `엄정`해야 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인사를 집행함에 있어서는 우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최소 요건, 배제 요건, 분류·배분·존속 기준 등 강행적으로 적용되는 규준(規準)이 있다. 공무원 인사에 대해서는 국가 또는 지방 공무원법과 그 하위 규정, 각종 특정직별로 그에 해당하는 법규 등이 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들 인사에 있어서는 각자 정관(定款)을 비롯한 자체 하위 규정, 취업규칙 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공식적인 기준들이고 또 그 최상위에는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의 이념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법규적·규정적 기준에 맞춰 인사를 하면 일단 인사로서 성립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잘된 인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외에 인사 운용상의 기준으로 공정성·예측가능성·적재적소 등이 있다. 그런데 이것들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가슴`으로 치밀·엄중하게 검토되지 않으면 비록 혁신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본지(本志)는 결코 성취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법체계 운용의 지도 이념이 되는 양대 가치 기준은 `법적 안정성`(法的安定性)과 `구체적 타당성`(具體的妥當性)이다. 이 양자가 충돌할 때는 일단 전자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인사의 실제에 있어서는 그러하지 아이하다. 일단 법규적·규정적인 요건이 충족되고 난 뒤에 는 구체적 타당성이 더욱 중요하다. 인사는 본래 사물이 아닌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며 사람은 각양각색이고 개인의 고충과 사정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곳은 옛날의 고을이나 오늘날의 도시마을에서도 그러하듯이 쭉 뻗은 가로(街路)가 있고 `꼬불꼬불한 골목길`도 있다. 사람을 찾고 만나려면 큰 길 가에만 머물러서는 아니 된다. 동네 안 길로 걸어가듯 인사도 개별 인사 사안과 개인의 사정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최대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 따뜻한 가슴으로 하는 인사는 본래 시스템에 의한 인사는 아닌 것이다. 시스템 인사는 인사권자의 자의적이고 불공정한 인사에 대한 반성으로 한 개인이나 소수의 전횡을 막기 위해 정해진 체계와 기준에 따라 예측 가능한 인사가 되도록 하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인사에도 일관된 법칙과 규율이 있어야 하나 그 적용에 있어서는 개인의 희망과 입장·형편·고충 등을 충실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훌륭한 인사는 몇 날 몇 밤을 보내고 새우며 철저히 고민하는 것이다. 마치 인사 작업은 꼬불꼬불한 마을 골목길이 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따뜻한 가슴의 구체성 있는 인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그 대전제가 인사권자의 `엄정성`이다. 인사권자의 양심이 확립되어 있지 아니하면 고도의 세밀한 작업과정에 혈연·학연·지연 등 이른바 귀속주의(nepotism)적 요소나 사적인 감정이 개입될 수 있고 이로써 굽어진 골목길은 지저분해지고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다보면 불가피하게 재개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즉 구체적 타당성 보다 안정성을 도모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지방 U광역시에 근무할 때였다. 인사권자인 시장은 꼼꼼하여 인사 때마다 몇 밤을 새우며 하나하나 따지고 고려했다. 철저히 구체적인 인사를 했다. 지역의 여러 곳에서 인사 부탁이 없을 수 없다. 그 부탁의 쪽지들을 인사 작업 단계에서는 모두 덮어 두었다가 작업이 끝나고 발표 단계에서 꺼내어 일일이 연락을 해 주는 것을 보았다. 그것들도 고객의 민원이므로 결과 사실을 알려주는 서비스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사에 있어 획일성이란 깨끗해 보이나 위험하다. 꼬불꼬불 동네 골목길이 좁고 번잡해 보이나 위에서 전체를 내려다보면 나름대로 모양과 질서 같은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 세상에서 인간의 정서와 타협이 뭉쳐 빚어낸 형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골목길들 어디에선가 다시 대로변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조직의 인사도 처음에는 가로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되 다시 큰 길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이 `꼬불꼬불 골목길`과 대로를 오가는 자는 필수적으로 `따뜻한 가슴`과 `치밀·엄정`한 눈과 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