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는 국어사전에 자기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임시로 머무르고 있거나 여행 중에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 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고향에 살면서도 흘러간 노래 `나그네 설움`을 즐겨 부르시는 영주와 상주의 두 분 어른을 소개합니다.    　TBC 방영 프로그램인`싱싱(sing) 고향별곡`은 노래 따라 발길 따라 떠도는 나그네, 유랑가객 기웅 아재와 단비가 만드는 우리 시대의 고향 기록 영상물입니다. 대구·경북 지역의 마을을 찾아가 트로트 한 자락에 고향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익살과 재치, 슬기와 웃음으로 비벼내는 행복이야기입니다.    　지난 3월 10일에는 한때 5일장으로 분주했던 `영주시 봉현면 노좌 1리` 편에 `나그네 설움`이라는 노래가 불리어졌습니다. 오래된 장터거리는 군데군데 번성했던 시절의 시간을 품은 채 `눈물로 꿈을 불러` 지난날의 5일장을 `찾아도 보`게 해 주었습니다. 올해 일흔넷이 되신 노좌 1리의 오흥달 어른은 교통사고와 쯔쯔가무시 병으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오흥달 어른이 힘든 고비를 넘어갈 때마다 부르시던 특별한 노래 하나가 있었습니다. 시련을 견디고 다시 일어서게 했던 삶을 바꾼 노래는 다름 아닌 `나그네 설움`이었습니다. 　응급 상황의 병원에서 기다리던 의사가 오지 않을 때에 `이제 가망이 없구나!`하고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받아들이며 이 노래를 불렀는데 어른께서는 이 노래가 자신을 살렸다고 주장하십니다. 자신의 삶을 희망으로 바꾼 노래이지요, 지난 6월 2일 93세의 오상렬 할머니께서 삶은 지겹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하루만 못 봐도 못 살겠다`는 노래를 부르신 동네, 상주시 중동면 오상 2리 편에도`나그네 설움`이 불리어졌습니다. 어린모가 싱싱하게 살아 붙는 들판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야기 끝부분에 9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신 정주연 어른께서 부른 노래도 `지나온 자국마다 눈물이 고`인 나그네 설움이었습니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발길 지나온 자국마다 눈물 고였네. 선창가 고동소리 옛님이 그리워도 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 타관 땅 밟아서 돈 지 십 년 넘어 반평생 사나이 가슴 속에 한이 서린다. 황혼이 찾아들면 고향도 그리워져 눈물로 꿈을 불러 찾아도 보네. 낯익은 거리다마는 이국보다 차워라. 가야 할 지평선엔 태양도 없어 새벽별 찬 서리가 뼛골에 스미는데 어데로 흘러가랴 흘러갈 소냐. -고여성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 노래, `나그네 설움` 　지나온 자국마다 눈물 고인 정처 없는 발길은 가야 할 지평선에 태양도 없었지만 어른은 이 노래를 부르며 다시`희망`을 찾았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현실은 새벽별 찬 서리가 뼛골에 스미었지만 그 눈물로 꿈을 불러 일어서는 `의지`를 가집니다. 꿈을 부른 것은 노래 `나그네 설움`이었고 절망을 노래로 견디며 다시 일어섰습니다. 　`전국노래자랑`에서 팔순의 할아버지를 통해서만 드물게 들을 수 있는 `나그네 설움`이라는 노래는 어린 시절 라디오 방송의 흘러간 옛 노래로 들려주던 곡인데, 그때에도 흘러간 노래였으니 흘러흘러 지금은 바다에 닿을 법한 노래입니다. 　평생을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노좌1리와 오상2리의 두 어른은 왜 `타관 땅 밟아서 돈 지 십 년 넘어 반평생`이라는 노랫말에 가슴을 저미며 사셨을까요? 도대체 고향은 어디라는 말씀인지요? 청화 스님과 종범 스님의`고향도 타관이고 타향도 고향`이라는 그 말씀 때문일까요? 우리 모두가 나그네라는 그 말씀 때문일까요?　  마흔(?) 즈음에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나그네와 같은 삶을 살아온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황혼까지 살아온 힘이 된 노래! 나그네 설움은 어쩌면 설움이 아닐런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