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 선거는 TK 지역만을 겨우 남겨놓긴 했지만, 예상대로 보수의 참패로 끝이 났다. 그러나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까치밥처럼 남겨진 특정 지역이 아니더라도 아직 일 백 여석이 넘는 거대 보수 정당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음으로, 민의(民意)를 모르는 구태(舊態) 세력들에 대한 청산을 완전히 마무리하려는 국민들의 분노가 끝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제 다음 총선에서 구보수(舊保守)의 완전 궤멸을 우려하는 패잔 세력들이 결집하여 신(新)보수 세력을 형성하려 들겠지만, 이미 거대한 신 보수 집단이 탄생되어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제 가장 큰 덩치가 된 특정 정당은 그들에게 넘어온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보수화 될 수밖에 없고, 어쩌면 이미 신 보수당이 된 것으로 보아야 옳지 않을까? 　따라서 이미 거대한 신 보수가 탄생한 지금에 와서, 구 보수가 신 보수로 변모하여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세력들이 궤멸되어버린 보수의 빈자리를 차지해야겠다는 생각은 넌센서이며, 이제 구진보(舊進步)가 거의 비워놓고 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신(新) 진보 세력이 오히려 출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오만한 보수도 보았지만 오만한 진보도 보았다. 이제 보수 진보를 떠나 민의(民意)를 외면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그 어떤 정치세력도 발 붙일 곳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지난 수 십 년간 개발 논리와 반공 이데올로기로 국민들을 편 가르기 해온 구태(舊態) 정치는 이제 곧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사회를 양극화 시키고 있는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벽은 높기만 하다. 보수 기득권이 사라지고 새로운 진보 기득권이 득세를 한다고 한들, 우리 사회가 무엇이 달라질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권력이 바뀌기를 바란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기득권 비 기득권의 벽이 낮아지고, 갑과 을의 불평등이 없는 좀 더 공정한 사회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붉은 색이 곧 빨강색인데, 붉은 완장이 파란 색을 빨갱이로 몰았기 때문에 모순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제 파란색 완장이 나타나면, 그들은 붉은 색을 또 무슨 색이라 할지도 궁금해진다. 붉은 색은 붉은 색이요, 파란 색은 파란 색인 세상은 요원한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해도 아직 사람들이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모두가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라 하지만,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정의(正義)나 진리(眞理)가 둘일 수 없고, 달라지지도 않는다. 마치 산(山)을 가운데 두고 사람들이 앞산이다 뒷산이다 다투지만, 산은 본래 그대로일 뿐인 것처럼. 　본래 국민들은 어떤 색깔의 완장도 원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원하는 세상은 완장의 색깔에 있는 것이 아니고 완장이 없는 세상이 아니었을까? 완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완장에는 늘 어떤 색깔이 입혀질 태고, 특정 색깔의 완장은 또 다른 색깔을 분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완장들은 필시 국민들을 또 줄 세우려 하게 될 것이고… 지금 새로운 완장은 이미 새로운 줄 서기를 독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권력, 금력, 학력, 출신, 이념, 외모, 성별 등 구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구분하고, 차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차별하는 사회, 그것이 바로 지난 과거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차별은 차별을 만들고, 보복은 보복을 부르며, 심판은 심판을 낳게 된다. 이제야말로 완장이 사라지고 사람과 사람의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타인이 변하기 전에 우선 자신부터 먼저 변하면 어떨까? 　`북한도 변하는데 아직도 변하지 않는 TK` 라는 말은 틀렸다. 이제 우리 지역에도 분명히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으며, 다가올 총선에서는 새로운 포멧팅이 끝나고 전국이 리셋될 것이 분명하다. 프로그램 버거로 다운된 컴퓨터는 리셋으로만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