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萬人)은 법 앞에서는 평동하다고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계층에 따라서 신분과 직무, 그리고 계급과 권력이 존재한다고 한다. 신분은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말한다. 옛 부터 의로운 선비는 천승(높은 벼슬)을 사양하고, 탐욕한 사람은 한 푼 돈으로 다툰다.  　인품이야 하늘과 땅 사이지만 명예를 좋아함도 재리(財利-재물과 이익)를 좋아함과 다름이 없다. 천자(天子-임금)는 나라를 다스림에 생각을 괴롭히고, 거지는 음식을 얻으려고 소리 지른다. 신분의 차이는 있지만, 높은 이의 초조한 생각과 가난한 자의 울부짖음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채근담…에 쓰여 있다. 　봉건시대에 인간 신분의 다른 점이 인간의 본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양반과 상놈은 씨가 다르다고 보았다. 　그러나 본성이라고 하는 것은 역사적 상황 속에서 권력 지배자의 자기 옹호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제 몸이 중(스님)이면 중의 행세를 하라`는 말씀은 사람은 누구나 제 신분을 지켜야 하며, 분에 어긋나는 짓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영국 속담에 `개구리는 황금의 걸상에 앉혀 놓아도 연못 속으로 도망 쳐간 다`는 말은 자기 신분에 맞지 않은 처지에 놓이면 오히려 불편하고 경망스럽다는 말이다. 높은 신분은 짐 지는 자의 체력과 같다. 약체의 몸으로 자기의 체중보다 10배가 되는 짐을 진다면 넘어지고 쓰러진다. 가장 높은 탑은 가장 심하게 무너진다. 　높은 지위는 위인을 점점 훌륭하게 하고 소인배를 점점 작게 한다. 지위가 얕다고 불만을 호소하는 것은 잘못이다. 　먼저 무엇보다도 일에 열중하라. 그대 없이는 주인이 곤란하다는 것을 주인에게 인식 시켜라. 불평을 말하지 않고, 사실로써 보이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 한다. 　인간은 일의 능력으로 지위를 평가 받는다. 그러나 사람은 자리가 높을수록 외로운 위치에 놓이게 되고, 높은 가지가 부러지기 쉬우며 높은 나무 일수록 바람이 세다. 높은 지위는 그 사람의 진가를 드러내며, `화분에 심어 놓으면 못된 잡초도 화초라 한다`는 말은 못난 사람도 좋은 지위에 앉혀 놓으면 잘나 보인다는 말이다. 스포츠에도 참피온은 항상 도전을 받는다. 높은 산에 좋은 나무가 없듯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뭇사람에게 비난을 받아 미명(美名)을 남기기 어렵다고 한다. 태산에 오르다 보니 세상이 작아 보이더라고 회고한 맹자님의 말씀은, 높은 지위에 오르면 세상 사람들을 우습게 본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여 지위에서 생긴 권력은 자신에게는 독이 되고 지배자를 타락시킨다. 권력은 남을 자기 의사에 복종시키거나 지배 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권력을 구하는 것도 쾌락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람이 한 번 태어나면 반드시 세상을 떠나듯이, 권력도 붕괴되며,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붕괴한다. 권력을 부렸던 자도 언젠가는 형편없이 무용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세도하고 싶은 사람도 수 없이 많다. 권력은 바보에게는 존경, 어린이에게는 감탄, 부자로서는 선망이지만 현명한 자는 모욕으로 쓰인다. 　우리의 격언과 속담에 `머슴이 주인이 되면 과거도 장래도 다 같이 잊어버린다. 주인은 하인에게, 하인은 고양이에게, 고양이는 자기 꼬리에게 명령을 내린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돈과 권력이다.